[마켓투데이]해운업종 저평가? ‘살아남기 투쟁’ 더 지켜봐야

  • 입력 2009년 7월 23일 03시 16분


국내 굴지의 무역회사에서 수산물 무역을 담당했던 필자의 친구는 몇 년 전에 원양어업을 하는 수산회사를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최근에 손을 들고 말았다. 그와 오랫동안 거래했던 일본인 사업가가 그의 뛰어난 업무능력을 믿고 거액을 투자해 줬지만 자금난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산업은 고기떼를 제대로 만나면 몇 년 치 수익을 한꺼번에 올린다. 대신 고기떼를 만날 때까지 몇 년이고 견뎌내야 한다. 결국 그 친구는 첫 번째 고기떼를 만난 뒤 두 번째 고기떼를 만나기 전에 자금이 바닥나고 말았다.

세계경기가 회복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신호가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와 함께 펀더멘털 지표상으로 대부분 확인됐다. 경기회복에 대한 비관론자들도 대부분 백기 투항했다. 차트로도 강세장(Bull Market) 전환 신호가 나왔기 때문에 증시 주변에서 눈치만 보던 펀드매니저들이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에 돈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미국 기업들의 이번 2분기 실적은 대부분 경기가 실질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해서 실적이 좋아진 것이 아니고 종업원 해고에 의한 비용절감 효과일 뿐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어쨌든 기업의 살아남기 투쟁은 효과를 봤다. 투자자들도 기업들이 이번 2분기 실적으로 살아남았다는 것을 확인했고,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과거 경험상 살아남은 기업은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새로운 성장과 고용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종이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지만 여기에 아직 동참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업종이 해운업종이다. 사실 해운업이야말로 경기 사이클에 선행하는 업종이고 해운업의 경기를 나타내는 해운임지수는 바닥을 이탈해서 상승 사이클에 진입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투자자들은 해운주에 돈을 집어넣지 않을까? 이유는 해운업체들이 아직도 생존투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의 경기는 희미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아직 운임이 손익분기점에 다가서기까지는 너무나 먼 거리에 있다.

운임 수준은 호황기의 20%에 불과하고 운송량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운임과 운송량이 손익분기점 수준에 올 때까지 견뎌내야 하는 운전자금이 문제다. 해운업은 구조상 차입금 부담이 매우 큰 업종이다. 선박 구입 자금이 대부분 차입금이고 렌털 선박의 임차료도 모두 금융비용 부담이다.

해운업종에 대한 최근의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보면 단순히 주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저평가 상태라고 진단하기도 하고 선박의 장부가치보다 현 주가가 절반밖에 안 되니 자산가치가 저평가됐다며 매수 추천하기도 한다. 이는 난센스다. 지금 해운업은 살아남기 투쟁 중이고 살아남는 데 성공할 것인가는 그 회사의 현금 흐름에 달려 있다. 해운업이 살아날 때까지 견뎌낼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그것이 확인되면 투자자들은 해운주에 돈을 집어넣기 시작할 것이다.

박춘호 주식투자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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