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돈 풀어 막은 금융위기… ‘후반전’은 민간에

  • 입력 2009년 7월 11일 02시 59분


“정말 미국 금융위기는 이제 다 지나간 겁니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어느 회사 대표가 최근 이렇게 물었다. 지금 와서 보니 감기 한 번 걸리고 지나간 것 같은데 지난겨울에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는 말이었다. 이 얘기를 듣고 서로 진지한 대화가 필요할 것 같았다. 이번 위기의 정체는 무엇이고, 우리가 무엇을 잘못 봤으며, 또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을 벌이기로 약속했다.

물론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지금 적어도 그 대표의 말처럼 엄청난 위기가 나타날 가능성은 사라진 듯하다. 오히려 다들 전화위복의 반전 드라마를 기대하는 눈치다. 더더욱 우리를 혼돈스럽게 만드는 것은 불과 몇 달 전 거론되던 많은 위험 요소들이 지나친 기우였고 이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바보가 됐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 주가가 대폭락한 뒤 오히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생겼고, 유례가 없는 통화 팽창 이후에 인플레이션 대신 경기회복 속도에 관한 갑론을박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번 위기 요인들이 정말 깨끗이 치유된 것일까. 잘라내고 봉합한 수술 부위가 다시 곪거나 악성종양이 다른 부위로 전이될 가능성은 전혀 없을까. 이번 사건의 본말을 다시 정리해 보자. 세계 경제의 대부 격인 미국 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릴 만한 금융 부실이 생겼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아는 현명한 공황 전문가들이 초저금리와 경기부양책으로 사태를 재빨리 수습했고 그에 따라 세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동시에 안정됐다. 낙관론의 핵심은 미국이 경기침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내놓은 초강력 부양책에다 중국의 대규모 부양책이 더해지면서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가 더욱 빠르게 회복될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이 게임은 경기에 내재된 회복 엔진의 성능과 엔진을 돌리기 위해 무리하게 쓴 인위적 정책의 부작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또 돈을 찍고 나라의 곳간을 비운 것은 결코 공짜가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일단 살고 보자고 펼친 일들의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돈의 물꼬를 생산 쪽으로 돌리고 정부의 돈이 마르기 전에 민간소비와 투자가 살아나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위기는 아직 진행형이고,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는 다행히 각국 정부들이 이긴 듯 보인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민간 중심의 힘든 후반전을 치러내야만 한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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