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윈도]철모르는 마케팅 인기…요즘 오리털 점퍼 불티

  • 입력 2008년 9월 19일 02시 54분


늦더위가 극성입니다. 민소매 셔츠에 미니스커트를 입어도 한낮 더위를 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패션회사들은 겨울상품을 예년보다 한두 달 앞당겨 내놓는 ‘거꾸로 마케팅’이 한창입니다. 재고 떨이도 아닙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아 한겨울에나 입을 법한 다운(오리털·거위털) 의류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보다 두 달 이른 지난달 22일 매장에 다운 잠바를 선보였습니다. 다운 잠바를 사는 고객에겐 여름 기능성 티셔츠를 사은품으로 주는 전략으로 제품을 내놓은 지 2주 만에 당초 예상한 올 시즌 판매량의 30%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스포츠 브랜드 헤드의 오리털 잠바도 제품 출시 보름 만에 300장 넘게 팔려나갔습니다. 골프의류 브랜드 잭니클라우스 역시 이달 말 오리털 잠바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하네요.

사실 다운 의류의 조기 출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시장 점유율 1위인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8월 말 겨울제품을 가장 먼저 내놓아 짭짤한 재미를 봤습니다.

캐주얼, 남성정장 회사들도 다운 잠바나 패딩, 캐시미어 스웨터 등 가볍고 보온성이 뛰어난 ‘웜 비즈(Warm Biz)’ 제품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50%까지 늘렸습니다.

제일모직의 캐주얼브랜드 빈폴은 보온성이 뛰어난 캐시미어 스웨터를 대대적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남성복 로가디스 그린라벨도 다운 잠바를 지난해보다 28% 늘려 준비했다고 합니다.

가을이 점차 짧아지면서 패션회사들이 가을 한철에만 입을 수 있는 간절기 의류보다는 아예 겨울상품 판매에 집중하겠다는 속내도 엿보이는군요.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오리털 잠바가 10여 년 만에 이처럼 다시 각광받는 것은 고유가의 영향으로 에너지 절약 패션인 웜 비즈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과 맞물려 있다고 보는 게 정설입니다. 올여름 ‘쿨 비즈(Cool Biz)’ 패션으로 재미를 본 패션회사들이 기름값, 난방비를 아끼려는 알뜰 소비자들을 겨냥해 웜 비즈 상품을 내세우는 것이죠.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때 ‘오리털 잠바의 귀환’에서 올겨울 의류 소비시장을 미리 읽어볼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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