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경제 뉴스]농업+인플레이션→‘애그플레이션’

  • 입력 2008년 4월 16일 03시 01분


《이번 주 수요일부터 격주로 동아경제 청소년 경제면에 ‘맛있는 경제뉴스’ 코너를 새로 싣습니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경제관련 시사용어, 각종 이슈를 알기 쉽게 풀어 소개함으로써 청소년들이 복잡한 경제현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칼럼입니다. 김경모 경상대 사회교육학부 교수와 장경호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가 집필을 맡습니다. 》

올해 들어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에 정부는 학원비 버스비 라면 자장면 소주 등 52개 생활필수품을 따로 선정해 가격 동향을 집중 점검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란 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와 비슷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는 말이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애그플레이션이란 농업을 뜻하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이란 용어를 합성한 것으로 농산물 가격의 급등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최근 애그플레이션이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격이나 물가가 오르는 것이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은 데서 비롯된다는 원리를 안다면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한 원인도 같은 원리로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요컨대 곡물에 대한 국제적 공급에 비해 수요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지요.

그 속내를 조금 더 알아보죠. 곡물 수요가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대표되는 신흥국에 있습니다. 이들 국가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이 나라 국민의 주식(主食)이 잡곡에서 쌀, 밀가루, 육류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육류 소비가 늘면서 육류 생산에 필요한 사료용 곡물 수요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연료의 사용이 늘어난 것도 또 다른 원인입니다.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는 매장량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로 환경오염의 여지가 많습니다.

이에 선진국들은 교토의정서의 합의 내용에 따라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연 5% 감량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 대신 바이오연료를 쓰려는 것도 이런 차원이죠. 바이오연료는 사탕수수, 밀, 옥수수, 보리 등 곡물로 만들기 때문에 바이오연료 수요가 늘면서 당연히 곡물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곡물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호주 같은 주요 곡물 생산국에서 기상이변이 나타나고 신흥국의 도시화로 전 세계의 경작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식량자원 민족주의’도 공급 감소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중국은 1월에 곡물 수출을 제한했고, 러시아도 1월 말 밀 수출관세를 기존 10%에서 40%로 인상했습니다. 태국과 베트남이 쌀 수출을 억제함에 따라 쌀 가격은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한국은 쌀 수급 측면에서 아직까지는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밀가루를 거의 전량 수입하고 있지만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합니다. 그러나 ‘싼 곡물’의 시대가 지나고 있어 애그플레이션의 파도를 피해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경모 경상대 사회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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