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국내 미니기업]<21·끝>아이디스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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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디스 서울사무소 데모룸에서 한 직원이 16분할된 감시화면을 점검하고 있다. 아이디스는 디지털영상저장장치에서 보안 솔루션 시스템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김재명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디스 서울사무소 데모룸에서 한 직원이 16분할된 감시화면을 점검하고 있다. 아이디스는 디지털영상저장장치에서 보안 솔루션 시스템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김재명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디스 서울 사무소에서 아이디스 직원들이 자사의 DVR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디스 서울 사무소에서 아이디스 직원들이 자사의 DVR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미국 뉴욕 지하철, 미 항공우주국(NASA),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 공항, 호주 시드니 올림픽 스타디움, 한국의 영광 원자력 발전소.

이곳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한국의 아이디스(IDIS)가 만든 보안 시스템용 디지털 영상저장장치(DVR·Digital Video Recorder)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DVR는 곳곳의 감시 카메라들이 보내오는 화면을 저장하는 장치.

영화에서 야간 경비원들이 들여다보는 모니터의 화면을 저장하는 장비라고 생각하면 된다.

세계 곳곳의 주요 시설물에서 사용되는 아이디스의 제품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1997년 설립된 아이디스는 창업 10년 만에 세계 최고의 보안 전문 DVR 업체로 성장했다. 》

○ 세계 초일류 기업을 이겼다는 자부심

200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 지멘스의 시큐리티 사업본부 회의실.

지멘스 임직원 10여 명은 아이디스의 DVR 제품을 놓고 이 회사 김영달(39) 사장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몇 명이 투입돼서 만들었죠?”

“10명이오.”

“얼마나 걸렸나요?”

“6개월 걸렸습니다.”

세계적인 전기·전자기기 제조업체인 지멘스 직원들이 고개를 푹 숙였다. 일부는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졌다’는 의미였다.

지멘스는 아이디스의 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수십 명을 투입해 2년 동안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지멘스 제품은 아이디스의 보급형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고 품질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후 지멘스는 아이디스의 고객이 됐다.

김 사장은 “그런 순간의 자부심이 아이디스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임직원 220명인 아이디스는 지난해 71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세계 시장 점유율 약 15%로 1위에 달한다. 이 분야에서 미국의 GE, 영국의 DM사(社)와 함께 세계 ‘빅3’ 중 하나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6%. 창업 이후 2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고 한다. 부채비율은 7.4%에 불과하다.

○ 아이디어로 승부

김 사장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1997년 봄. 학교 경비실에 우연히 들른 김 사장의 눈길을 끈 것은 한쪽 구석에 수북이 쌓여 있는 비디오 녹화 테이프였다.

이 비디오테이프는 KAIST의 보안 경비를 위하여 학교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서 꺼내 보관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김 사장은 순간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을 했다. 수많은 비디오테이프를 사용하지 않고도 오랜 시간 녹화할 수 있고 녹화된 화면을 간편하게 검색 재생할 수 있는 디지털 영상 제품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해 9월 그는 KAIST 박사과정 학생 2명과 아이디스를 창업했고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으며 성장을 거듭했다.

창업 10개월 뒤 내놓은 첫 번째 제품은 최대 16대의 카메라를 연결할 수 있으며 초당 16장을 순환 녹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당시로서는 최첨단 장비였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호주에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실시한 DVR 장비평가에서 아이디스 제품은 최우수 제품으로 선정됐다. 올림픽 때 아이디스의 제품은 시드니 곳곳에 설치됐다.

○ ‘품질은 자신 있다’

지난달 찾아간 아이디스의 품질보증팀 사무실에선 5개의 모니터마다 TV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었다. 일은 안하고 드라마만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이기현(28) 주임은 “이 장비는 움직임이 있어야 녹화가 되는 장비”라며 “드라마와 같이 움직임이 많아 부하가 많이 걸려야 제대로 테스트를 할 수 있어 24시간 틀어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스 제품은 극한의 테스트를 거쳐 만들어진다. 보안 장비는 특성상 1년 365일 계속 가동해야 하며 단 1분의 고장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뛰어난 품질 때문에 고객사가 소송을 당하는 일도 일어났다.

아이디스는 지난해 미국의 한 고객사에서 ‘특이한’ e메일을 받았다. ‘아이디스 제품 때문에 소송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한 유모가 아동을 학대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해고를 당했다. 이 유모는 제품 사양에 비해 뛰어난 녹화 화질을 제공한 아이디스의 DVR 때문에 발각이 됐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다.

이러한 좋은 품질은 전체 직원의 40%에 이르는 연구개발(R&D) 인력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 이 회사 류병순(37) 연구소장의 설명이다.

지난해 열린 고객사 사장단 회의에서는 교체 시기가 지나도 멀쩡한 아이디스 제품을 두고 “고장 좀 났으면 좋겠다”는 불만 아닌 불만도 나왔다.

류 소장은 “안정성과 사용 편의성 면에서 아이디스 제품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연구 인력의 절반은 사용자 편의를 연구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다.

아이디스는 DVR 업계 최초로 화면에 그래픽을 도입했으며, 메뉴가 떠 있어도 화면을 계속 체크할 수 있는 반투명 그래픽도 선보였다.

테러 방지가 중요해지면서 비디오 분석 기술도 아이디스가 연구하는 주요 분야 중 하나다.

시설물 담장 위로 뭔가가 올라오거나 가방이 5분 이상 한곳에 놓여 있으면 경고를 해 주는 등의 기술이다. 보안 직원이 일정 시간 이상 화면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김 사장은 “DVR와 보안 네트워크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2010년에는 보안 전문 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세계 최초▼

아이디스 앞에는 ‘최초’라는 단어가 많이 붙는다.

지난해 아이디스는 DVR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로 유해물질 사용제한 지침(RoHS) 인증을 받았다. RoHS는 환경 보전을 위해 납과 수은 등 유해물질을 전기 전자제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 아이디스 제품이 친환경적이라는 의미다. RoHS는 유럽 시장에서 아이디스 제품의 판매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2005년에는 세계 최초로 통합보안 솔루션을 개발했다.

통합보안 솔루션은 수백만 대의 감시 카메라와 수백 대의 디지털 영상 저장 장치(DVR)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중앙관제센터에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 제품은 지난해 일본의 요코하마은행 520개 지점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있는 곳에 설치됐다.

노현철 경영기획실장은 “시장 진입이 어려운 일본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한국회계학회에서 주는 투명회계대상을 받았다. 2001년부터 내부회계관리규정을 제정하고 준수해 왔으며 2006년에는 이를 전산으로 구현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회계투명성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김영달 사장은 “지난해부터는 기업 차원에서 사회에 공헌하는 일도 시작했다”며 “이러한 작은 경영 성과들은 아이디스의 또 다른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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