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쏘옥]세계화의 그늘 “마약 장기…돈 되면 다 판다”

  • 입력 2007년 7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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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유통되는 무기는 모두 5억5000만 정. 세계 인구 12명 중 1명꼴로 갖고 있는 셈이다. 나머지는 어떻게 무장시키지?”

영화 ‘로드 오브 워’에서 무기 밀매상 유리 오를로프(니컬러스 케이지)의 첫 대사다. 제시하는 금액만 합당하다면 독재자, 테러리스트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무기를 거래하는 그의 좌우명은 ‘전쟁은 사업에 좋다’는 것.

국제 관계 전문지 ‘포린 폴리시’의 모이제스 나임 편집장은 책 ‘불량 경제학’(사진)을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마약, 무기, 인간의 장기 등 ‘검은 거래’를 추적한다.

‘돈이 된다면 법, 규제와 상관없이 뭐든 판다’는 검은 거래는 1990년대 이후 다양한 얼굴로 변모했다.

2004년 3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기차역을 폭파시킨 범인들은 집에서 불법 복제 CD를 만들어 활동 자금을 조달했다. 파키스탄의 영웅 압둘 카디르 칸 박사는 국제 상거래 네트워크를 이용해 북한과 리비아 등에 핵 설비를 판매한 돈으로 영국 런던에 아파트를 구입했다.

저자는 검은 거래의 확산이 세계화의 어두운 면이라고 지적한다. 냉전 질서가 무너지면서 국제 분쟁이 늘어났고 신기술, 금융 자유화, 인터넷 등 세계경제를 통합시키는 도구들이 검은 거래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는 것이다.

세계화로 인해 런던에서 수요가 발생하면 48시간 안에 발칸 반도에서 성매매 여성이 공급되고, 브라질과 인도에서는 중개인들이 1만 달러(약 920만 원)를 주고 평범한 청소년들을 모아 선진국 환자들에게 신장을 이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거래는 날이 갈수록 성황을 이룬다. 인터폴에 따르면 위조품 거래는 현재 세계 총무역량의 5∼10%를 차지한다. 평범한 시민이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내려받은 음악을 듣고 가짜 루이비통 가방을 살 정도로 일반화된 것이다.

110개국을 대상으로 한 2004년 조사에 따르면 세계 지하경제의 규모는 전체의 32.6%에 이른다.

심각한 것은 검은 거래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이미 가장 효율적으로 세계화된 시장 상황에 적응했기 때문에 정부, 시민단체, 언론이 목소리를 높여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분적인 합법화를 통해 마진을 축소하고, 국제적 공조를 통해 공급을 줄이고, 수요를 자제시켜야 한다는 저자의 원칙적인 처방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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