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 안방까지]<5>"틈새시장 잡아라" 집중공략

  • 입력 2003년 11월 9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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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계 은행 스탠더드차터드는 한국 소매금융시장 진출을 앞두고 5월 말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한국을 동북아 금융중심지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글렌 허버드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이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지도층과 국민의 화합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스탠더드차터드
영국계 은행 스탠더드차터드는 한국 소매금융시장 진출을 앞두고 5월 말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한국을 동북아 금융중심지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글렌 허버드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이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지도층과 국민의 화합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스탠더드차터드
“한국시장은 뛰어난 인적자원과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한 매력적인 시장이다.”(알렉산더 리누이 칸 ING그룹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

“아시아에서 가장 큰 소매금융시장의 하나인 한국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마이크 드노마 스탠더드차터드은행 소매금융본부장)

한국시장 진출을 위한 외국 금융기관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뉴브리지캐피털 칼라일 론스타 등 미국의 3대 투자펀드가 국내 은행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씨티, HSBC, 스탠더드차터드 등 외국계 은행들도 국내 은행 인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 금융기관들은 한국의 카드사 인수에도 적극 나서고 있으며 생명보험업계에서 외국계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13%를 넘어섰다. 이처럼 외국 금융기관들이 한국시장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시장의 잠재력에 주목=외국 금융기관들이 한국 금융시장을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장 잠재력이다.

네덜란드계 ING생명의 요스트 케네만스 사장은 “한국은 세계 7대 보험시장으로 꼽힐 만큼 큰 시장규모를 갖추고 있다”며 “상품 및 서비스와 판매채널을 다양화하면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장개방 정책에 따라 선진 금융제도를 도입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한국 금융시장의 잠재적인 성장성이 높다는 것.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 금융기관의 전망도 낙관적이다.

JP모건의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JP모건인터내셔널의 앤드루 크로켓 대표는 “한국 경제가 지금은 내수가 살아나지 않아 다소 고전하고 있지만 올해 말 내수증가 등 경기회복 조짐을 나타내기 시작해 내년에는 5% 안팎의 건실한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충족되지 않은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찾는다=다양한 금융상품과 노하우를 갖춘 외국 금융기관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보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찾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9월부터 소매금융을 시작한 스탠더드차터드는 연 10∼23%의 대출금리에 최대 3000만원까지 빌려주는 맞춤형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연 25%가 넘는 카드사의 대출금리는 부담스럽고 연 8∼11% 정도의 금리를 적용하는 국내 은행에서는 대출을 받지 못하는 고객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들이 주력 담보대출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 연동 변동금리 상품도 2000년 씨티은행이 처음 취급한 것이다.

씨티은행은 당시 국내 은행들이 시장금리보다 높은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해준다는 점에 착안해 국내 은행들보다 1∼2%포인트 낮은 변동금리형 대출상품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아시아 금융중심지가 되려면=외국 금융기관들은 이처럼 한국 금융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이 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되려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프랭크 잡 AIG그룹 임원협의회 의장은 지난달 말 서울시 주최로 열린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2003년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에는 아직도 재벌의 영향력, 정부의 금융보호정책, 폐쇄적인 노동시장 등 기업활동을 제한하는 관행이 존재한다”며 “서울이 금융센터가 되려면 이 같은 과제들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엘든 HSBC 회장은 “한국이 아시아 금융중심지가 되려면 홍콩 싱가포르 등 경쟁지역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을 찾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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