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주식시장은 재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종합주가지수 700선이 무너지며 올 들어 가장 낮은 697.84까지 떨어진 것. 반토막 난 종목도 적지 않아 객장에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한숨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월18일 종합주가지수가 937까지 올라 ‘주가 네 자릿수 시대’를 내다보던 때와 180도 달라졌다.
그러나 이런 주가하락은 시장을 냉정하게 바라봤으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한국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 증시의 흐름과 외국인의 매매동향. 미국 증시는 올 들어, 특히 엔론에 이어 월드컴 등의 회계분식이 드러나면서 급락세를 나타냈다. 다우지수는 올 들어 22%, 나스닥지수는 30% 이상 폭락했다. 작년 하반기에 한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던 외국인도 2월부터 순매도로 돌아서 5개월 째 매도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자들은 ‘한국은 미국과 다르다’는 차별화(De-coupling)를 내세워 상황변화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 미국 주가가 떨어지고 외국인이 주식을 팔면 한국 주가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도 ‘한국 기업의 이익이 사상 최대를 내고 있어 주가는 오히려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3A’를 지키지 못해 시름시름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골프를 잘 치기 위해 삼가야 할 ‘3C’가 있다고 한다. 혼란(Confu-sion) 불평(Complain) 위로(Consoli-dation)가 그것이다.
미국 주가가 지난 주말 반등해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이번 반등이 바닥을 다지고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라면 매수에 나서야 하지만, 낙폭 과다에 따른 반등이라면 파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판단은 어렵다. 하지만 3A를 갖추고 3C는 멀리하면서 내린 정확한 판단은 높은 수익이나 적은 손실로 보상받을 수 있다.
홍찬선 경제부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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