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업그레이드 코리아' 해법

  • 입력 2002년 6월 9일 21시 26분


최근 들어 한국(인)이 세계 뉴스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월드컵 공동개최국에 걸맞게 첫승을 올려 한국 축구의 격을 한껏 높였다. 열광적이면서도 질서정연한 ‘붉은 악마’는 응원으로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있다.

임권택 영화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취화선’으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감독상을 받았고 서울대 김수봉 교수는 세계 톱 15위 물리학자 대열에 들었다.

안수진씨는 음악의 명문인 줄리아드에서 개교이래 처음으로 피터메닌상(음악부문 최우수상)과 론어스킨상(인문부문 최우수상)을 휩쓸었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모범생’으로 통할 정도로 경제도 호조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6%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중국을 빼고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 국가신용등급이 A3(무디스 기준)로 올라 일본(A2)과 역전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올 정도.

9·11테러 때 460선까지 떨어졌던 종합주가지수도 한때 940선까지 올랐다.

현재 795선까지 떨어졌지만 작년 말에 비해선 아직도 14%나 오른 상태다.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뛰어오르고(업그레이드코리아), 증시도 재평가(리레이팅과 리밸류에이션)되고 있다는 소리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들려올 만하다.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하다. 기업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경영투명성도 꽤 높아졌지만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모내기도 하지 못하는 ‘천수답’처럼 외국인이 주식을 사지 않으면 주가는 오르지 않고, 조금이라도 팔면 주가는 떨어진다.

주가가 하락할 때 증시를 떠받쳐줄 만한 튼튼한 수요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연기금과 생명보험처럼 돈을 장기로 운용하는 곳에서 주식투자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 10년 전부터 나왔지만 여전히 함흥차사다. 대부분의 연기금은 주식투자를 법으로 금지시켜 놓았고 생보사는 주식보다는 부동산 투자에 더 집착하고 있다.

350조원을 가진 기관 및 개미와 100조원을 가진 외국인. 오합지졸과 잘 훈련된 정예병과의 싸움에서 누가 이길지는 뻔한 일이다. 외국인과 맞설 기관을 육성하지 않는 한 업그레이드코리아와 한국증시의 리레이팅은 한낱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홍찬선 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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