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외국계 투자펀드 "최고 400% 대박 잔치"

  • 입력 2002년 4월 7일 18시 22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앞다퉈 한국 금융기관에 투자했던 외국계 투자펀드가 보유주식을 팔며 ‘대박잔치’를 벌이고 있다.

당시 국내에는 생소했던 미국계 중심의 사모투자펀드(PE펀드·Private Equity Fund)는 성장가능성은 충분한데 일시적인 자금부족을 겪고 있는 금융기관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하는 외국계 PE펀드들은 3년여가 지난 현재 한국에서 적게는 100%, 많게는 400%라는 엄청난 수익을 냈다.

▽신호탄은 조지 소로스〓헤지펀드의 대명사로 알려진 미국의 조지 소로스는 99년 퀀텀 인터내셔널 펀드 등을 통해 전환사채(CB)와 실권주 인수방식으로 서울증권에 675억원을 투자했다. 퀀텀 펀드는 3월 중순 350만주를 시장에서 팔아 지분이 31.9%에서 25.68%로 떨어졌다. 이 가운데 300만주는 모건스탠리딘위터(MSDW)가 인수했고 주당 매각이익은 5415원이나 된다.

또 H&Q펀드를 비롯한 4개 외국계 펀드는 400%가 넘는 최고의 수익률을 냈다. 99년 굿모닝증권에 962억원(주당 1250원)을 투자했는데 이미 지분매각을 통해 926억원을 회수했고 나머지 지분은 신한금융지주회사에 팔기로 했다. 보유지분 평가액은 4318억원(4일 종가기준)이나 돼 3년 만에 4배를 챙긴 셈.

LG카드의 지분 20%를 보유한 워버그 핑커스도 LG카드가 거래소상장을 앞두고 있어 대박을 예감하고 있다. 핑커스는 지분의 일부를 해외투자가에게 매각하기 위해 대상을 물색중이다.

▽은행권 지분매각은 시간 걸릴 듯〓국민은행의 2대주주(6.82%)인 골드만삭스는 무려 1조3000억원의 평가차익을 내고 있어 금액으로는 최고다. 합병비율을 감안한 인수단가는 주당 2만260원인데 국민은행 주가는 5만8000원까지 올랐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원금인 5억달러어치를 해외투자가에게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일은행에 투자한 뉴브리지 캐피털도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지분매각을 시도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한미은행 대주주인 칼라일그룹은 내년 11월까지 지분매각이 제한돼 있고 한미은행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2∼3년은 더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PE펀드의 이익실현 방법〓PE펀드는 투자할 때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이 일반적. 살 때는 금융기관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지 않지만 팔 때는 회사가 정상화된 이후여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곤 한다. 다른 특징은 전문경영인을 외부에서 영입해 구조조정과 수익성 개선을 주도한다는 것.

KTB네트워크 이상묵 이사는 “외부 전문경영인이 주주중시 및 수익성 위주의 경영 모델을 보여줬지만, 첨단 금융기법의 노하우가 제대로 전수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사모투자(PE)펀드

소수의 거액투자가로부터 자금을 모아 세계를 무대로 고수익 투자를 하는 펀드로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금융기관이 관리하는 일반 펀드와는 달리 ‘사인(私人)간 계약’의 형태를 띠고 있어 금융감독기관의 감시도 받지 않는다. 개도국의 부실 금융기관이 주된 투자처의 하나로 경영정상화보다는 투자차액을 노리는 특성이 있어 목표수익에 이르면 이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가곤 한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외국계 사모투자(PE)펀드의 투자실적
투자가투자금융기관보유주식수(주당취득원가)4일종가
골드만삭스국민은행2044만9650주(2만260원)5만8200원
조지소로스펀드서울증권2235만3608주(3335원) 6960원
H&Q굿모닝증권6376만8403주(1250원) 6830원
워버그핑커스LG카드1400만주(3만1250원)상장예정
칼라일그룹한미은행40.1%(6800원)1만1900원
뉴브리지제일은행9999만9956주(5000원)매매정지
보유주식수는 작년 12월말현재. 한미은행의 칼라일지분은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분을 감한한 것.
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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