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은 최근 ‘연말까지 부채를 모두 갚고 내년부터는 무차입 경영에 나서겠다’고 선언해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건설업은 특성상 한 개 사업에서 수십 억원, 때로는 수백 억원의 선(先)투자가 필요한 때가 많다. 또 한두 개의 사업만 하는 중소업체가 아닌 태영 같은 대기업에서 무차입 경영은 불가능에 가깝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변탁(卞鐸·63) 사장을 만났다. 태영의 설립자이자 오너인 윤세영(尹世榮) 회장의 처남인 그는 14년간 태영 사장직을 맡고 있다. 또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다음달 4일 건설협회로부터 건설경영 대상을 받는다.
-무차입 경영을 선언한 이유는…. 또 실현 가능성은 있나.
“평소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9월 말 현재 부채가 140억원 정도로 연말이면 다 갚는다.”
-요즘처럼 금리가 싼 때 적당한 수준의 부채는 필요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견실한 재정상태를 유지해야 나중에 사업다각화 등으로 자금 수요가 생길 때 돈 빌려오기도 쉽다고 생각했다.”
-사업 확대 계획은 있나.
“지금 당장은 없다. 2, 3년 이내에 좋은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태영의 중장기 발전 계획은….
“앞으로 5년 이내에 건설도급순위 10위권 내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정 여건 등을 감안하면 좀 더 키울 수 있을 텐데….
“무리하지 않고 내실을 기한다는 게 우리 회사의 기본 경영방침이다. 무작정 회사를 키우기보다는 직원들이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
실제로 태영에서는 정년퇴직이나 전업 등으로 인한 퇴직자를 제외하곤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회사관계자들은 자랑한다. 또 2년 전부터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공사대금이나 물품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결제하고 있다. 대부분의 건설업체가 3∼6개월 만기 어음을 대금으로 지급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진짜로 대금을 현금으로 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올 상반기에 실제 여부를 조사한 뒤 잘한다고 칭찬했다. 물어보면 안다.”
-자금 부담이 클 텐데 어음을 쓰지 않는 이유는….
“협력업체가 잘 돼야 태영의 경쟁력이 유지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변 사장은 98년 복장협회가 ‘올해의 베스트드레서’로 선정했을 정도로 뛰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한다. 매일 입을 옷을 직접 고르는 것은 물론 쇼핑도 직접 한다는 그에게 옷 잘 입는 요령을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성의만 있으면 됩니다.”
▼변탁 사장은▼
△38년 경북 문경 출생
△경동고·단국대 상대·서강대
사회정책학대학원 졸업
△63년 대한통운 입사
△67년 봉명 입사
△77년 태영 입사
△88년∼현재 태영 사장
△2001년 1월∼현재 대한스키협회 회장
△2001년2월∼현재대한올림픽위원회 (KOC) 상임위원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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