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밀착취재]김영준 LG벤처투자 사장

  • 입력 2001년 8월 16일 18시 40분


벤처캐피털(VC)인 LG벤처투자 김영준(金永俊·60·사진)사장은 96년 LG그룹이 VC를 새로 만들면서 사장으로 선임되자 VC업계를 잘 아는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 분이 ‘신임 사장은 뭐하던 사람이냐’고 묻길래 ‘LG전자의 CFO(최고재정금융책임자)였다’고 했더니 대뜸 ‘그럼 그 VC는 망하겠군요’ 하지 뭡니까.” 김 사장이 “사실은 금융담당은 1년반밖에 안했고 공장본부장 영업담당 등을 두루 거쳤다”고 했더니 VC 전문가는 “그러면 될 것 같다’고 했다”고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이더라는 것.

신생기업의 ‘가능성’ 발굴, 자금을 넣을 시점 판단, 사업방향 컨설팅 등 VC업무는 기업경영의 전반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 김 사장은 “VC는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과는 다르다”며 “사업감각과 해외트렌드를 읽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VC들이 투자를 결정하는 가장 큰 기준은 ‘사람’. 아무리 좋은 사업아이템과 프로젝트가 있어도 CEO(최고경영자)가 끌고갈 능력이 안되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미국 제일의 VC인 클라이너퍼킨스에 가서 ‘투자를 결정하는 공식’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사업은 좋은데 CEO가 적당하지 않거나 회사규모가 커져 현CEO가 감당하지 못하면 VC가 다른 CEO를 영입하게 도와주고요.”

실리콘밸리에서는 VC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가 ‘얼마나 능력있는 CEO풀을 많이 갖고 있느냐’는 것. 김사장은 한국도 전문경영인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달초 미국 실리콘밸리지역의 VC을 돌아보고 왔다. 맥킨지 컨설팅을 통해 외국 VC들을 벤치마킹하고 매년 실리콘밸리의 ‘톱 10’ VC를 방문한다.

“VC도 세계화돼야죠. 미국 일본 중국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고 각국의 VC협회와도 교류중입니다.”

LG벤처투자 자체도 거의 미국식으로 운영된다. 이윤의 15%는 매년 결산시 전직원이 나누고 ‘파트너-애널리스트’의 수평적 조직으로 돼 있으며 각 팀별로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한다.

김사장은 ‘정부가 너무 많은 역할을 하는 것’도 한국 VC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벤처붐’일 때 분위기가 지나치게 떠 투자능력없는 VC와 경영능력없는 벤처기업이 양산됐다는 것.

“정작 M&A를 활성화한다면서 주식교환 등의 제약은 여전해요. 투자한 기업이 코스닥에 등록된후 일정 기간동안 VC는 주식을 되팔 수 없는 ‘록업제도’도 개선돼야 한다고 봅니다.”

LG벤처투자는 올 상반기 약200억원을 투자했으며 하반기에도 200억원 이상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 96년부터 안철수연구소 등 총150여개 벤처업체를 발굴해 투자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