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밀착취재] 이상철 한국통신 사장

  • 입력 2001년 7월 19일 20시 34분


이상철(李相哲·53) 한국통신(KT) 사장은 토론을 즐긴다. 공식 석상이든 술자리든, 상대가 외부인이건 직원이건 가리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는 가장 원초적인 ‘쌍방향 통신’인 대화만한 게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 KT 본사에서 열린 한국통신의 ‘희망 대토론회’. 이 사장이 제안한 이 토론회는 KT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사장이 직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눈 자리였다. 전국의 KT사업장에 생중계된 토론회에 참석한 직원들은 사장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들을 쏟아냈다.

‘인력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은 더 이상 없다는 게 사실이냐’,‘유선망 사업의 전망이 밝다는 주장의 진의는 무엇이냐’, ‘조직개편이 너무 잦은 것 아니냐’, ‘굳이 해외에 주식을 팔아야 하는 것이냐’….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지만 이 사장의 진솔한 대답이 이어지면서 토론회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풀렸다.

“KT의 비전은 통신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내년 6월까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하고 투명하고 빠른 경영을 실천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대화와 설득에 탁월한 이 사장의 능력은 지난달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과정에서도 빛을 발했다. 정부보유지분 17.8%를 팔기 위해 12개국 22개 도시에서 로드쇼를 갖는 동안 해외투자자들은 미심쩍은 시선으로 이 사장을 공격했다. 이 사장은 유무선 사업과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망을 보유한 KT의 미래가치를 설명함으로써 DR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해외 투자자와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는 과정에서 KT가 정말 좋은 회사라는 확신이 섰습니다.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어떻게 도약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사장은 요즘 무선사업의 등장으로 유선사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통신시장이 유선에서 무선중심으로 바뀌고는 있지만 휴대전화, 초고속인터넷 등의 대중화로 유선사업의 전망은 밝다는 것.

국내 최대의 가입자망은 이 사장이 가장 기대를 거는 KT의 자산. 그는 “전화국에서 가입자 집까지 가는 ‘마지막 1마일’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KT의 미래와 비전을 여기서 찾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그리는 KT의 미래상은 ‘통신업계의 거인’. 그는 “KT가 이미 국가 사회적으로 큰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자랑스러운 본모습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영화 ‘리틀빅 히어로’를 예로 든다. 앞으로는 단순히 큰 회사가 아니라 정말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거인’으로 인정받겠다는 생각이다.

이 사장은 과거 ‘두주불사’였으나 최근에는 술을 극도로 자제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이 많고 외국인을 비롯한 외부인사와의 미팅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

유연하고 적극적인 태도는 취미인 바둑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아마 6단인 이 사장은 요즘도 틈틈이 프로기사들과의 지도대국을 즐긴다. 남은 하반기에는 그동안 추진해온 회사정비 작업을 마무리해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한다는 구상. 이 사장은 “철저한 수익경영으로 상반기에만 수천억원의 비용을 줄였다”며 “연말쯤에는 유무선 통합상품을 앞세워 보여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약력

△1948년 서울 출생

△경기고,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미국 버지니아 폴리테크닉인스 티튜트 석사, 듀크대 공학박사

△76년 미국 웨스턴유니온스페이 스콤 선임연구원

△82년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 원

△96년 한국통신프리텔 사장

△2001년 한국통신 사장

△좌우명: 항상 보람있게 일하자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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