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밀착취재]한신혁 동부전자 사장 "19년간 준비한 사업 큰일 한번 내겠다"

  • 입력 2001년 4월 26일 18시 46분


“한국의 비메모리반도체는 동부에 맡기십시오. 21세기 국가전략산업을 우리가 책임지겠습니다.”

한신혁(韓信赫·56) 동부전자사장은 자신감에 넘쳐있다. 짧게는 4년, 길게는 19년의 기다림 끝에 얻은 결실이라 그 다짐이 더욱 굳건한지도 모른다.

동부그룹은 반도체사업 진출을 오랫동안 노려왔다. 83년 미국 몬산토사와 합작해서 구미에 세운 코실(현 실트론)이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94년에는 고순도다결정 실리콘 제조공정기술을 자체 개발해 독일 바커사에 로열티를 받고 팔기도 했으며 97년에는 반도체 가공을 위해 동부전자를 세웠다.

“반도체 사업이라는 게 제조공정면에서 전자보다는 오히려 화공이나 금속재료에 가깝습니다. 동부는 동부제강, 동부화학 등 관련 회사들이 이미 있잖아요. 반도체사업에 이보다 더 적합한 회사가 어디 있습니까.”

동부전자가 출범한 뒤 그룹의 우수한 엔지니어 1000여명이 차출돼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 등지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삼성전자 하이닉스(구 현대전자)의 인력도 스카우트됐다. 그동안 시험제작을 통해 나온 제품의 합격률은 80%가량.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우리는 고객의 주문을 받아서 수탁생산(파운드리) 하기 때문에 제조업체라기보다는 서비스업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메모리반도체의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완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과는 다르지요. 그렇기 때문에 수요처도 풍부하게 개발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세계 반도체 수탁생산의 선두주자인 대만의 TSMC사에 필적할 회사로 키우는 게 목표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 등에 한정된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컴퓨터 정보통신 디지털가전 네트워크 시스템 등 비메모리 분야의 수요처는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큰 이점.

동부전자는 현재 오너 및 동부그룹의 지분율이 44%밖에 되지 않는다. 반도체 사업에 필요한 자금(2003년까지 20억달러 추정)을 모으기 위해 지분투자방식을 택했기 때문.

“자금을 빌려서 투자를 할 수도 있지만 그 경우 회사가 부실해지기 쉽습니다. 지분투자를 꺼리는 일본 도시바사도 5000만달러(11%)를 투자했어요. 기술 제공에 대한 로열티액수도 정확히 밝힐 수 없지만 아주 적습니다. 동부에 기술이전을 시키는 게 그만큼 도시바로서도 얻는 게 많다는 뜻이겠지요. 윈―윈 게임이에요.”

67년 산업은행에서 출발해 74년 동부그룹에 합류한 한사장은 그룹의 전략산업을 책임진 만큼 특유의 뚝심으로 ‘큰 일’을 한 번 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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