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의 월가리포트]8일 상승후 호흡조절

  • 입력 2002년 10월 23일 18시 18분


올해 미국 경기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작년 수준 또는 그보다 많은 보너스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미국 기업은 보통 연말이 아니라 봄에 보너스를 준다. 지급률은 기업 전체의 실적과 개인별 성과평가를 종합해서 결정된다. 한 컨설팅회사가 1045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봉급의 10.9%를 보너스로 지급할 계획이다. 작년의 10.5%, 10년 전의 5.7%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연말 경기가 나빠지면 지급률은 계획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너스는 업종별 기업별로 차이가 크다. 건강의료 관련 기업이나 카지노 또는 일부 소매업체들의 경우 보너스가 특히 두둑할 전망이다. 에너지값이 올라 영업실적이 좋아진 에너지 개발회사 아파치는 간부들에게 주던 보너스를 거의 전 직원에게로 확대했다. 작년엔 보너스가 없었던 제너럴모터스(GM)도 연말 자동차 판매실적이 유지되면 올해는 보너스를 주기로 했다. 그렇지만 포드자동차는 2년째 보너스 없이 넘어갈 계획.

월가의 금융회사들이나 실리콘밸리의 인터넷 또는 통신관련 업체의 경우는 보너스가 전년보다 줄어들 형편이다. 금융회사들은 전반적으로 작년에 전년보다 40%가 줄었는데 올해 여기서 40∼50%가 더 깎일 전망. 실리콘밸리의 팜이라는 회사의 경우 올해도 적자여서 보너스가 없다. “이익이 있어야 보너스도 있다”고 회사측은 밝히고 있다. 영업이 특히 어려웠던 일부 항공, 언론 및 광고, 소매 및 제약회사 등도 작년보다 얇아진 보너스 봉투를 받기만 해도 다행이다.

보너스 봉투 가운데 가장 따뜻한 것은 20여년 전까지 있었던 한국의 김장보너스 봉투가 아닐까. 찬바람이 날 때쯤이면 겨우살이 걱정을 하던 집안을 훈훈하게 해주던 김장보너스 봉투가 온라인으로 통장에 전해질 수 있을까 모르겠다.

주식시장이라도 따뜻하면 보너스 생각이 덜 날텐데 뉴욕발 찬바람은 여전하다. 그래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8일 동안 17% 오른 뒤끝이니 22일의 약세는 조정이라고 봐줄 만도 하다. 큰폭 하락 예고에 비하면 덜 떨어진 셈이다. ‘매도세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낙관적인 해석도 나왔다. ‘침체 장이 끝났다’는 선언은 아직 없지만 그동안의 낙폭을 감안하면 매수할 만한 시점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는 분석이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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