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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북한과 통일문제, 세대 갈등 극복의 특효약은? [한반도를 공부하는 청년들]

양소희 우아한 사무국 인턴기자(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14학번)
입력 2019-05-03 14:00업데이트 2019-05-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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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을 돌아봅시다. 당시의 키워드는 가난 극복이었습니다. 유권자들은 가난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에게 권위를 양도했죠.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이 그들입니다. 한미동맹 체결과 토지개혁 실시 등의 업적에 이들의 부정부패는 가려졌습니다.”

조정훈 아주대학교 통일연구소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 상상가에서 열린 ‘한반도정책컨센서스(이하 한정컨)’ 토크콘서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반도의 바탕을 그리다(한바탕): 북한을 보는 시각 1953, 1987, 2019’라는 주제의 이날 행사 1부 연사로 나와 세대별로 북한, 분단, 통일에 대한 인식과 경험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1987년을 볼까요? 최소한의 생계유지가 가능해졌고 모두가 민주화를 열망했죠. 6·10항쟁을 정점으로 민주화 시대가 열렸습니다. 1997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난이 찾아왔습니다. 이전까지의 집단주의적, 가족 단위 삶에 많은 변화가 오고 ‘각자도생’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서울시 용산구 용산전자 상상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조정훈 아주대 통일연구소장이 강연하고 있다. 한반도정책컨센서스 제공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지금은?

“새로운 것들이 생긴 만큼 문제점도 늘었습니다. 좀 더 다차원적인 문제가 발생했고, 우리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 와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기성세대에서 청년세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갈등도 깊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조 소장은 이렇게 각 세대가 살아온 배경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인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 소장은 “50년대를 겪은 이들이 가진 북한에 대한 인식은 ‘적대감’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한국전쟁으로 그 시대를 살았던 당사자들은 가족을 잃었습니다. 한 민족이 서로를 죽였기 때문에 개인의 차원에서는 이에 대한 슬픔과 분노가 존재했죠. 국가 차원에서는 한반도에 대한 ‘적통 의식’에 대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이념을 바탕으로 한 체제 경쟁이 이뤄졌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조 소장은 1987년을 겪은 세대들이 가진 북한에 대한 인식을 ‘적대감의 감소와 통일에 대한 인식 성장’으로 정리했다.

“적대감이 남아있긴 했지만 직접 서로를 죽이지 않은 세대이기 때문에 적대감은 많이 줄었고, 분단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또 시대적으로는 냉전체제가 잔존해 있었습니다. 이 때는 분단이 임시적이며, 우리는 반드시 통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는 게 조 소장의 진단이다. “경제가 안정되고, 민주화도 해결됨과 동시에 70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분단이 기정사실화됐습니다. 즉 현재 세대들은 분단이 익숙하고 당연한 것이 된 것입니다. 통일에 대한 열망 역시 과거 세대에 비해서는 약해졌습니다.”

조 소장은 이런 가치관의 혼란을 ‘담론의 혼란’이라고 부르며 각 세대별로 북한과 분단에 대한 의견이 다른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아직 남아있는 ‘남남갈등’의 문제를 서로 경험이 다른 세대 간의 갈등으로 보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조 소장은 “기성세대에 비해 생각이 말랑말랑한(flexible) 청년세대가 1953년이라는 과거부터 2019년이라는 현재까지의 시대적 상황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끊임없는 ‘공론의 장’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지난달 27일 서울시 용산구 용산전자 상상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는 김필주 피스브릿지 대표. 한반도정책컨센서스 제공

이어진 2부 연사로 나온 김필주 피스브릿지 대표 역시 북한의 이면을 알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공론의 장’을 강조했다. 탈북 13년차인 그는 언론이 제공하는 한정적인 정보와 자료만으로 북한을 다루는 것에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그 이면의 북한을 알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청년들이 공론의 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방법을 논의한다면 그 자체가 통일이라는 미래를 위한 가이드(guide)이자 가드(guard)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날 행사 자체가 ‘분단과 통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2030세대청년들의 공론장이었다. 발표 후에는 참석자들이 조를 나눠 심도 깊은 토론을 진행했다. 참석자 김재경 씨(한국외대 독일어과 14학번)는 “우리 조에는 철학과 재학생, 의류업계 종사 직장인 등 다양한 분들이 있어 북한과 통일, 분단, 대북정책 등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공론장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연 이후 열린 조별 토의시간에서 참가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다른 학생들과 나누고 있다. 한반도정책컨센서스 제공

행사를 주최한 한정컨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청년의 주인의식을 키워 합의를 도출하고 정책결정에 청년의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비영리단체다. 한정컨 대표 정우진 씨(서울대 정치학과 석사과정)는 “청년들이 어렵게만 느끼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지닌 개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8월에는 3일간의 숙의를 거쳐 합의안을 도출해보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소희 우아한 사무국 인턴기자(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14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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