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인사이드]“교수님, 강의는 어떡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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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19/안갯속 판세]선거의 계절 ‘폴리페서’ 또 도마에

“교수님, 강의는요?”

4·13총선에도 어김없이 ‘폴리페서’(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교수·politics+professor)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발표한 여야의 비례대표 후보에도 교수가 포함되면서 일부 학생들의 학습권이 피해를 볼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24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이번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교수는 임기 개시일 전인 5월 말 사직해야만 한다. 2013년 8월 ‘겸직 금지’ 조항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결국 강의를 맡고 있는 교수들의 수업은 학기 도중 중단이 불가피하다. 19대 국회까지는 휴직할 수 있었던 교수 출신 의원들도 20대 국회가 시작되면 사직해야 한다. 다만 ‘총장, 학장, 교수, 부교수, 조교수, 정교수’가 아닌 겸임교수, 석좌교수 등은 반드시 사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2번 순번을 받은 오세정 서울대 교수(물리천문학)는 “강의를 할 수 있으면 끝내려고 하는데 만약 강의를 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 수업을 대신 할 교수를 찾아놓았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지도부는 오 교수를 포함한 비례대표 영입 인사들과 함께 총선 지원 유세에 나설 계획이어서 오 교수의 수업 중단은 불가피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례대표 4번을 받은 최운열 서강대 석좌교수(경영학)는 “학기를 시작한 지 거의 한 달이 돼서 ‘산업과 기업경영’ 수업을 폐강하면 학생들이 다른 과목을 들을 기회도 없어진다”며 “제가 조금 힘이 들더라도 이번 학기까진 마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폴리페서 논란에 대해 “미국 같은 선진국에선 굉장히 자연스럽게 교수로 연구하다가 기회가 돼 백악관이나 정치권에 갔다가 돌아온다. 그러면 강의 내용이 훨씬 알차다”고 반박했다. 최 교수는 석좌교수인 만큼 당선되더라도 반드시 사직할 필요는 없지만 당에서 총선 지원 유세를 요청하면 수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더민주당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받은 박경미 홍익대 교수(수학교육학)는 “당선이 확정되면 곧바로 사직서를 낼 생각”이라며 “이번 학기가 연구년이라 학생들 수업에는 지장이 없다. 학기 중간이었으면 무책임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차길호 기자
#선거#총선#폴리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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