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동주(吳越同舟). 서로 상대방을 내켜하지는 않지만 공통의 어려움이나 이해관계 때문에 손을 잡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 어쩌면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지금 관계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두 사람은 1951년생 동갑내기이자 서울대 상대 동기생(70학번). 2012년 나란히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비박(비박근혜) 연대’로 한때 공조 체제를 유지했지만 차기 대선에선 여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한 내부 경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두 사람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같은 정치적 선택을 했다. 여권 내에서 수도권의 승리를 위해 각각 경기지사 3선(選) 출마와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불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그 대신 두 사람은 2017년 대통령선거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지사는 14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3선을 하면 창의적 정책이나 추진력이 오히려 약해질 수도 있다”고 했고, 정 의원은 “내가 국회에 있는 것도 국회와 나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와 정 의원이 다시 한 번 ‘비박 연대’를 형성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차기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굳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박근혜 구하기’에 나설 필요가 있겠느냐는 정치적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정 의원으로서는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패할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김 지사도 경기도를 야권에 내줄 경우 제기될 수 있는 정치적 책임론에 대해 “왜 진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안철수 신당 후보도 나올 것이고, 2010년 지방선거 때보다 정치 지형이 오히려 괜찮은 것 아니냐고 판단한다.
두 사람의 정치적 처지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과 함께 국회 최다선인 정 의원은 2002년에 이어 2012년 대선에 도전했지만 경선 룰 논란 속에 중도 하차했다. 김 지사도 15대부터 경기 부천소사에서 내리 국회의원 3선을 한 뒤 2010년에는 ‘경기지사 최초 재선’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2년 전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가 당내 입지의 한계를 절감한 채 ‘초라한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차기 대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각은 다르다. 김 지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남북통일이 된 선진 강국 대한민국 건설’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6월 지사직 임기가 끝난 뒤 북한 인권과 남북통일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는 통일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 의원에 대해선 “대학 동기이지만 그동안 걸어온 길에 차이가 많이 난다.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대기업 대주주인 정 의원과 운동권 출신인 자신의 서민 이미지를 대비시킨 것이다.
반면 정 의원은 ‘여유 있는 국민의 삶’을 국가 비전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는 “현재 국민의 삶이 여유가 없다. 국정 목표는 좀 더 여유 있는 국민의 삶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현역 의원이라는 강점을 최대한 살려 여당 의원들과의 접촉 빈도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정 의원은 김 지사에 대해선 “과거 노동운동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잘못됐다고 해서 생각을 바꾼 것을 보면 ‘용기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김 지사가) 서민이기 때문에 서민을 안다는 것은 이제 좀 옛날식이다. 서민을 중산층으로 만드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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