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하는 19대 국회로]쇄신특위, 입법권도 없이 뭘 어떻게 쇄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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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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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쇄신특위 정식 출범

국회쇄신특별위원회가 22일 출범했다. 여야는 19대 국회 임기 시작 전부터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했지만 석 달이 다 돼서야 비로소 국회 차원의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특위는 여야가 6월 29일 구성에 합의한 지 55일 만에 출범했다.

지금까지 여야는 국회의원 겸직 금지, 무노동무임금 원칙 적용, 윤리특위 강화, 국회 폭력 처벌 강화 등 각각의 사안에 대해 별도의 법안을 내며 ‘이슈 선점 경쟁’을 벌여 왔다. 실제 추진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은 ‘대선용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새누리당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포함해 6대 쇄신안을 내놓은 것은 6월 8일이다. 이에 질세라 민주통합당은 같은 달 24일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연금제도 전면 폐지, 영리 목적 겸직 전면 금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모처럼 여야가 ‘특권 내려놓기’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상임위 배분 갈등,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방탄국회 논란,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 처리 문제 등을 놓고 대립하면서 국회 쇄신 논의는 두 달 넘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더욱이 여야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달 11일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특권 포기가 ‘대국민 립서비스’가 아니냐는 비난이 쇄도했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겠다며 새누리당이 소속 의원 147명의 6월 세비 13억6000만 원을 6·25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에 기탁하자 민주당은 ‘정치쇼’로 몰아세웠다.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 방안을 놓고도 여야는 대립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특임장관을 제외한 국무위원도 겸직 금지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하는 반면에 민주당은 총리나 장관 겸직은 국회의원의 특권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하면 무조건 징역형을 선고하고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새누리당의 국회폭력방지특별법도 민주당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사안이다. 여기에 새누리당은 상임위 배정을 아예 법으로 정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도 추진하고 있다.

22일 출범한 국회쇄신특위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출발부터 삐걱댔다. 이날 첫 회의에선 어떤 의제를 다룰 것인지를 논의하기에 앞서 특위의 활동 범위부터 논란이 됐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특위를 구성하며 입법권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국회 쇄신을 위한 큰 방향을 제시하는 게 특위의 역할이다. 세부 법안은 국회운영위에서 다룬다. 논의 방향은 특위에서, 법안 처리는 운영위에서 각각 진행하다 보면 엇박자가 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의 원내 핵심 관계자는 “특위에서 법안까지 처리하면 특위의 권한은 비대해지고 상임위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어 특위에는 입법권을 주지 않기로 여야가 합의했다”며 “특위에는 전문가 의견을 듣고 공청회를 열어 큰 틀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입법권이 없는 특위가 제대로 굴러가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어차피 법안을 처리하지 않는 상황에서 핵심 쟁점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야는 쇄신특위 출범과 함께 국회 쇄신 법안을 11월 1일까지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19대 국회가 이전 국회와 다른 모습을 보일지 앞으로 70여 일 뒤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쇄신특위#입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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