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일가족 7명 中서 난민인정 요구

  • 입력 2001년 6월 26일 19시 13분


1999년 1월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물던 이동학씨(48) 일가족 7명이 26일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베이징(北京)사무소를 찾아 난민으로 인정해 한국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중국 내 탈북자가 UNHCR에 난민 신청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콜린 미첼 UNHCR 베이징사무소 대표는 외신기자들과 만나 “이씨 일가족은 남한으로 가기를 원하고 있으며 26일 밤엔 UNHCR 사무소에 머물 것”이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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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UNHCR는 이날 제네바 주재 중국대표부 관계자를 불러 이씨 일가족의 신병처리 문제를 협의했으며 한 관계자는 “전적으로 중국정부의 입장에 달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는 탈북자들이 강제송환되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탈북자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망명지(정착지)가 결정돼야 한다”면서 “이를 중국과 UNHCR측에 전달할 것이며 탈북자들이 남한 망명을 희망한다면 그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의 장치웨(章啓月) 대변인은 “중국과 북한간에 난민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기존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중국정부가 자세히 조사중”이라고 덧붙였다.

난민신청자는 이씨와 부인 정순희씨(44), 딸 화영양(18), 아들 민철군(16), 장인 정태전씨(68), 장모 김춘옥씨(67), 이씨의 처조카인 장길수군(17) 등이다. 이 중 길수군은 99년 서울 비정부기구(NGO) 세계대회 때 탈북 동기와 과정 등을 표현한 그림을 전시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알려져 있다. 당초 탈북한 이씨 일가족은 모두 17명이었는데 일부는 북한으로 강제송환되기도 했다.

이씨 일가는 그동안 일본의 탈북자지원 민간단체 ‘렌크(RENK)’ 등과도 사전에 연락을 취했으며 길수군을 지원하는 한국단체인 ‘길수가족구명운동본부’측도 길수군 가족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9월에는 이 본부측이 UNHCR 베이징사무소를 방문해 길수군 가족에게 난민지위를 인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됐다.

일부 탈북자들은 그동안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기 위해 UNHCR 베이징 사무소를 찾았으나 중국 정부는 이들을 불법월경자로 인정할뿐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부형권기자·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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