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적응교육 '하나원'은 어떤곳?

  • 입력 2002년 6월 25일 18시 42분


중국 주재 한국총영사관 등에 진입했던 탈북자 26명이 최근 입국하면서 국내에서 유일한 탈북자 사회적응 시설인 경기 안성시 ‘하나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탈북자들은 이 곳에서 어떻게 생활하며 적응교육의 내용은 무엇일까.

통일부가 1999년 7월 안성시 삼죽면의 부지 1만8000평에 조성한 하나원은 입국한 탈북자들이 대공 용의점에 대한 조사 과정을 거친 뒤 수용돼 2개월 정도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초교육을 받는 곳이다.

적정 수용 규모는 100명 정도이나 최근 탈북자가 급증하면서 현재 207명이 수용돼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내년까지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장할 계획이다.

탈북자들의 하루 일과는 오전 6시30분 기상해 아침 점호를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인원 점검이 끝나면 모두 운동장으로 나와 전통가락에 맞춰 체조를 한 뒤 애국가를 4절까지 제창한다.

이들은 이어 아침식사를 한 뒤 강의실에서 △탈북 과정에서 겪은 공포와 불안 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서순화 교육 및 문화적 이질감 해소 교육 △현장체험 교육 △직업교육 등을 받는다.

역사 문화 지리 법률 등 분야별 교육과 북한에서 접하기 힘든 영어와 컴퓨터 교육 등도 받는다. 하나원 측은 또 다양한 직업에 대한 소개 및 사회 진출시 거주지 노동사무소를 통해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등을 가르치지만 직업 알선은 하지 않는다.

주로 주말을 이용한 현장체험 교육에서는 탈북자들이 인근 관공서와 시장, 은행, 대형 할인점, 가정 등을 찾아가 직접 보고 느끼게 한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오후 9시30분경 취침 점호를 한 뒤 오후 10시면 강제로 불을 끄고 건물 밖으로 나오는 것을 통제한다.

그러나 최근 이 곳에도 월드컵 열풍이 불어닥쳐 탈북자들도 한국전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시간에 상관없이 식당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관람한다는 것이 시설관계자의 전언이다.

유영진 교육과장은 “이들도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열띤 응원전을 펼친다”며 “경기 관람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높이고 우리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 때문에 시청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탈북자가 제대로 한국 사회를 이해한 뒤 이 곳을 나가는 것은 아니며 교육 태도도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2개월 과정이 끝나면 자신이 살고 싶은 지역을 골라 정부가 제공한 임대아파트에서 사회 생활을 하게 된다.

국내에 살고 있는 탈북자는 2001년 12월 말 현재 모두 1758명이고 올 들어 지금까지 500여명이 추가 입국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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