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中 3者회담 전략]"核 영구폐기" VS "先 체제보장"

  • 입력 2003년 4월 17일 18시 33분


코멘트
《23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북한 미국 중국의 3자회담은 과연 북한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을 다지는 전기가 될 수 있을까.

지난해 10월 북한이 미국에 핵개발을 시인한 이후 악화일로를 치달아온 북한 핵 사태가 일단 파국으로 치닫지 않고, 대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회담의 성과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북한 핵문제에 관한 북-미-중의 입장이 ‘3자3색’인 탓에 3국이 테이블에 마주앉더라도 공통의 해법을 도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일 3자회담이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의제 선정과 회담진행 방식 등 형식적인 문제로 겉돌게 될 경우 북한 핵문제의 조기해결을 위해 회담배제를 감수키로 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크게 어려워질 수도 있다.

북핵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겠다는 미국과 생존차원에서 핵개발에 집착해온 북한, 북한의 핵개발과 붕괴를 모두 반대하는 중국이 과연 어떤 전략으로 회담에 임할 것인지를 살펴본다. 》

▼美…"대량살상무기-인권도 다룰것" 공세▼

필립 리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6일 3자회담에서 논의될 사안에 대해 북핵문제를 1순위로 꼽은 뒤 “과거 우리가 다루고 싶다고 밝힌 다른 문제들도 있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001년 6월 북-미대화의 의제로 제시했던 핵무기, 대량살상무기(WMD), 재래식 군비 감축, 북한 인권문제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제까지 포함해 3자회담에서 북측에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셈이다.

또 회담 운영방식을 두고는 한국과 일본이 조기에 다자대화 틀에 참여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미국측을 고려해볼 때 이번 3자회담은 그동안 북-미가 만났던 다양한 형식의 접촉 가운데 가장 격렬한 다툼의 자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 핵무기를 ‘동결’시키는 데 목적을 두었던 1993, 94년 1차 북핵위기 해결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93년 3월)부터 제네바합의(94년 10월)에 이르기까지 1년6개월이 걸렸다.

따라서 북핵의 ‘영구적 폐기’를 추구하는 이번 다자대화가 가야 할 길은 훨씬 멀고 힘들어 보인다는 관측이다.

▼北…美軍철수 요구 등 강경 맞대응 예상▼

북한은 어떤 종류의 회담이라도 회담이 임박할 경우 상대방에 대한 고강도 비난을 해왔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의제 선정작업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효과를 톡톡히 거뒀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에도 초반부터 강경한 입장 표명으로 나서는 것만이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전략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의 강도 높은 태도에 맞서 핵문제 논의 전에 미국의 북한 체제 보장을 요구하고,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거론하는 등 강경한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2일 다자대화 수용 의사를 밝히는 과정에서 거론했듯이 미국의 ‘대(對)조선 압살정책’ 포기라는 애매한 주장으로 회의 진행에 장애를 조성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으로서도 이번 회담은 북한체제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수월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지속적으로 북핵문제와 불가침문제가 북-미 양자간 현안이라고 주장해온 북한으로서는 회담을 조기에 4자나 6자로 확대하는 문제에도 반대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中…협상테이블 중재 역할▼

중국은 북-미 양자간의 입장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국은 이번 기회에 북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및 한반도에서의 전쟁 방지를 한반도정책의 2대 기조로 삼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 확산 중단이라는 점에서는 미국과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는 셈이다.

중국도 회담이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때 한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과 6자회담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미국과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문제에 다른 나라가 개입하는 것이나 주한미군 주둔에 대해서는 북측과 가까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자신들의 인권문제에 다소 ‘약점’이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국제사회가 개별국가의 인권문제에 개입하는 것에는 반대해왔다.

한편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넷판은 17일 “중국은 3자회담에서 회담을 중재하는 최소한의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미 중국이 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동북아지역의 분쟁 위험이 사라지게 됨으로써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