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뒤안길]정용관/스타일 구긴 조순총재

  • 입력 1997년 9월 20일 20시 26분


민주당 조순(趙淳)총재는 지난 19일 당8역 등 주요 당직자와 당무위원을 발표하면서 이범준(李範俊)전교통부장관을 부총재로 임명했다. 이전장관은 조총재의 절친한 고향친구로 예비역 육군중장이며 11,12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조총재의 발표가 있자 즉각 당사자인 이전장관은 『민주당에 입당한 사실이 없다. 부총재 임명은 나의 뜻과 무관하며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당직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거부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이전장관만이 아니었다. 홍보위원장으로 임명된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소속의 김홍신(金洪信)의원도 『이 체제로는 내가 일할 공간이 없다』며 고사했다. 그는 지난 18일 조총재로부터 요청을 받고 『사무총장과 대선기획단장 기조실장 대변인 등에 통추의 제정구(諸廷坵)의원과 노무현(盧武鉉) 유인태(柳寅泰)전의원중 2,3명만 있어도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부총재로 임명된 통추의 제정구의원과 김정길(金正吉)전의원도 『통추의 진로가 결정되기 전까지 당직을 수락할 수 없다』며 고사한 적이 있다. 당직임명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잇따른 잡음에 대해 조총재의 한 측근은 『통추인사의 당직 고사는 복잡한 내부사정이 있지 않느냐. 이전장관도 10월 중순경부터 도와주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냥 부총재직에 임명했겠느냐』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조총재가 당사자로부터 동의(同意)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발표한 것은 변명하기 어려운 실수다. 조총재의 체면손상은 물론 확대 해석하면 대선 후보로서 자질이나 능력까지도 의심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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