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 결산]숱한 의혹-說,밝혀진 것과 못밝힌 것

  • 입력 1997년 5월 1일 19시 54분


▼ 밝혀진 것 청문회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따가운 비판 속에서도 한보청문회는 몇가지 의혹과 설(說)로만 맴돌던 사실의 진위를 확인했다. 특히 金賢哲(김현철)씨로부터 그가 국정과 정부 고위직인사, 4.11 총선공천에 개입한 사실을 일부나마 확인한 것은 의미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먼저 현철씨는 『아버님께 92년 대선 때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을 몇명 추천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화 동지는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명망있는 사람들이나 당을 위해 필요한 사람의 영입을 건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현철씨는 4.11총선 당시 여당공천과 관련, 『姜三載(강삼재)사무총장이나 李源宗(이원종)정무수석과 여론조사상황을 상의한 적이 있다』며 총선에 개입했음도 시인했다. 청와대 정책수석으로 내정됐던 田炳旼(전병민)씨와 李性憲(이성헌)서대문갑지구당위원장, 사정1비서관을 지낸 李忠範(이충범)변호사, 청와대 무적근무로 물의를 빚은 鄭大喜(정대희)㈜심우부장이 현철씨의 인맥으로 파악됐다. 金佑錫(김우석)전내무장관을 연합텔레비전뉴스(YTN)사장으로 임명하는 문제를 이원종전수석과 상의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현철씨는 녹음테이프라는 「물증」이 있는 YTN사장 인사건을 제외하고는 다른 방송사사장 인사개입의혹은 부인했다. 또 현철씨는 그가 수집한 정보나 여론을 분석, 대통령과 만날 때마다 포괄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해왔다는 설도 일부나마 확인됐다. 현철씨는 금융실명제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여론이 무성하자 『금융실명제를 보완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철씨가 개인사무실을 몇개씩 두고 여론동향을 파악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보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도 지난 1월 林昌烈(임창렬)재정경제원차관이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에게 부도를 통보했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또 청와대 尹鎭植(윤진식)비서관이 한보의 유원건설 인수를 2,3차례 보고받았다는 것도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윤비서관이 朴錫台(박석태)전제일은행상무에게 『연말에 한보를 부도내면 어떻게 하느냐』며 한보부도 시기를 늦추는 데 개입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밖에 △鄭譜根(정보근)한보그룹회장이 지난 95년 12월 洪仁吉(홍인길)총무수석을 만나 대출을 부탁했고 △홍수석의 소개로 韓利憲(한이헌)당시 경제수석을 만났으며 △黃秉泰(황병태)의원이 金時衡(김시형)산업은행 총재에게 대출청탁 전화를 했고 △朴泰重(박태중)씨가 현철씨를 금전적으로 지원했다는 사실도 재확인됐다. 〈최영훈기자〉 ▼ 못 밝힌것 지난달 7일부터 시작된 국회 한보사건 청문회는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감만 안겨준 채 1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번 청문회에 대해 국민들이 실망하는 것은 한보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무수히 많은 의혹 중 밝혀낸 것보다 밝히지 못한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번 청문회에서 우선적으로 규명됐어야 할 부분은 한보사건의 「몸체」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그 몸체로는 「92년 대선자금」과 「金賢哲(김현철)씨」가 거론됐다. 대선자금의혹의 경우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 등 관련증인들은 『그런 사실이 없다』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 조금도 꼬투리가 잡히지 않았다. 정총회장은 『92년 대선 당시 민자당 재정위원으로서 당에 20억원 정도를 낸 것 외에는 없다』는 선에서 더 이상의 증언을 회피했다. 야당의원들이 『金泳三(김영삼)대통령후보가 정총회장과 같은 아파트에 살던 金命潤(김명윤)의원 집을 방문,수백억원의 대선자금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정총회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자민련 李良熙(이양희)의원은 「92년 여름경 김영삼후보가 김명윤의원이 사는 아파트를 방문한 사실이 있다」는 이 아파트 주민의 증언을 녹음해 제시했으나 증인으로 나온 洪仁吉(홍인길)의원은 『김대통령이 누구 집에 방문하는 관례가 없다』며 반박했다. 또 정총회장의 3남 鄭譜根(정보근)회장은 『당시에는 아버지가 방배동으로 이사를 해 그 아파트에 살지 않았다』며 대선자금수수의혹을 아예 차단해 버렸다. 김현철씨의 국정 및 이권개입의혹도 이번 청문회의 최대하이라이트였으나 현철씨가 「버티기」로 일관, 속시원한 답변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현철씨는 지난해 4.11총선 공천개입 등 일부 국정개입에 대해서는 간접 시인했으나 민영방송 사업자선정 등 이권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부인했다. 현철씨는 부산지역 민영방송사업자인 ㈜한창의 金承漢(김승한)부회장을 지난 94년 한차례 만난 사실을 시인했을 뿐이었다. 코렉스공법 도입허가, 공유수면매립허가 등 한보철강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과정에서의 비리의혹도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朴在潤(박재윤)전통상산업부장관 등은 『모두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허가를 내준 것』이라며 특혜의혹을 부인했고 의원들도 뚜렷한 반박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밖에 △한보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로비대상 전모 △2천억원 리베이트수수의혹 △현철씨와 정보근회장간의 친분설 △현철씨의 黃長燁(황장엽)씨 망명개입 등 대북관계 의혹 등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았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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