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한국을 빛낸 100인]100인 기업인들이 말하는 ‘나의 창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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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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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꿈을 접었다, ‘벤처기업 챔피언’ 꿈을 펼쳤다

‘동아 100인’의 대표적 창업주인 김영달 아이디스 대표와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 김정주 넥슨 대표에게는 색다른 인연이 있다.

KAIST 전산학과 박사과정이던 27세의 김영달 대표는 이광형 지도교수(현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로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PSI에서 교환연구원으로 일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PSI는 박상일 대표가 미국에서 창업한 원자현미경 관련 업체.

연구원 또는 교수를 꿈꿨던 김 대표는 한국에서 벤처라는 말도 생소하던 이때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김 씨는 PSI에서 일하면서 한국에서 기술력만으로 세계 1등 기업을 키우겠다는 결심을 했다. 전산학과 동기인 김정주 대표가 창업해 기업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도 자극이 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1년간 기술개발 등의 준비를 거쳐 1997년 29세 때 KAIST 동료들과 창업했다. 바로 코스닥시장의 ‘히든 챔피언’으로 꼽히기도 한 디지털영상녹화장치 제조업체인 아이디스다.

○ 실리콘밸리의 흥분


박상일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에 유학하던 중 실리콘밸리의 벤처문화를 접했을 때의 흥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점심시간에 학생들끼리 자연스레 나눈 사업 이야기가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는 걸 목격했다. 박 대표는 “미국 학생들과 달리 한국 학생들은 빨리 학위를 따서 교수가 되려 했고 나의 지도교수도 창업을 하겠다고 하자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공채에 지원하라며 말렸다”며 “교수가 되면 다른 사람 일자리 하나를 채가지만 사업을 하면 여러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소명의식으로 차고(車庫)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변대규 휴맥스 대표 역시 스탠퍼드대 벤처문화의 간접적 수혜자였다. 스탠퍼드대에 방문교수로 다녀온 지도교수가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이던 변 대표에게 HP 같은 기업을 만드는 것도 사회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변 대표는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대학원 선후배들과 함께 1989년 휴맥스(당시 건인시스템)를 만들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직·간접적 흥분이 창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은 최근 들어보기 어려워졌다. 먼저 인재가 몰리지 않는다. 벤처의 핵심 자산인 기술을 개발하거나 보유한 이공계 인재들이 창업보다는 의대나 로스쿨 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김영달 대표는 KAIST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창업했지만 지금은 후배를 직원으로 뽑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치과의사가 되거나 로스쿨, 금융계로 간 사람도 많다”며 “과학과 공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이고 경제의 원동력인데 이 분야 전공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 미래의 희망이 동력


‘100인’은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경영 지혜’와 ‘제3의 길’을 제시했다. 박지영 컴투스 대표는 “기술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고객과의 관계, 대내외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킹 등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자신이 창업한 안철수연구소를 떠나 늦은 나이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한 회사만 잘되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중소 벤처업계의 전반적인 성공 확률을 높인다면 더 의미 있고 재미있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100인에 선정된 창업 기업인들은 당장의 어려움에 포기하지 않고 미래의 희망에 몸을 던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안정된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글로벌기업과 경쟁해 독보적 분야를 개척한 김철영 미래나노텍 대표는 그 희망을 이렇게 표현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할 것이다.”

특별취재팀

※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의 더 자세한 내용과 지난해 선정 100인 관련 기사는 동아닷컴(www.donga.com/news/100people/)에서 볼 수 있습니다.
:: ‘한국을 빛낼 100인’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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