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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현대重 간부들 거액 납품 수뢰, 세계 1위 명성 부끄럽다

입력 2014-01-09 03:00업데이트 2014-01-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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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의 전·현직 임직원 18명이 납품업체로부터 수십억 원의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부사장급 간부는 1억3000만 원짜리 골프회원권을 뇌물로 받았다가 ‘부킹이 잘 안 된다’는 이유로 협력업체에 되팔아 현금을 챙겼다. 부장급 간부는 하청업체로부터 받을 뇌물을 28억 원으로 미리 계산해 마치 돈을 빌려 준 것처럼 허위 차용증서를 만들어 공증까지 받은 뒤 퇴사 후 3억3860만 원을 받아냈다. 뇌물이 빚으로 둔갑한 것이다. 심지어 비리가 드러나 퇴사한 전직 간부를 협력업체에 취직시킨 뒤 금품 로비의 창구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내부 감사를 통해 상당수 임직원의 비리를 포착해 중징계했으면서도 검찰 수사 전까지 쉬쉬했다.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은 한국수력원자력의 한 부장에게 납품 대가로 17억 원을 뇌물로 바쳤다가 적발돼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세계 1위의 명성이 부끄러운 기업문화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검찰이 대우조선해양의 납품업체 뇌물 비리를 수사하다 드러났다. 당시 업계 세계 2위인 대우조선의 임직원 14명이 구속됐다. 이번엔 세계 3위인 삼성중공업 부장 1명이 2억3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드러났다. 한국의 조선업계가 총체적 부패에 오염돼 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판이다. 가뜩이나 중국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부패한 기업문화를 그냥 두고 국내 3사가 세계 조선업계에서 수위(首位)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사설
원청업체의 ‘갑질’ 횡포는 납품업체 선정을 왜곡시키고 원가를 끌어올려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수사 과정에서 적잖은 중소기업들이 “돈과 연줄이 없어도 납품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고 한다. 대기업의 부패사슬을 끊어내고 갑질을 근절하는 것도 경제민주화의 중요한 과제다. 원전(原電) 부품 비리사건을 일으킨 대기업 계열사 JS전선이 바로 며칠 전 폐업을 결정했다. 조선업체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임직원의 윤리 무장과 준법경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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