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역 종아리, 결국은 타고난 체형?

  • 입력 2016년 3월 2일 14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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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수술이든 행복한 것은 1~2년·보상성 근육 염두해야
제2의 심장, 함부로 건드렸다간 중년돼 후회

직장인 최모 씨(27·여)는 평소 굵은 종아리에 콤플렉스를 심하게 느끼고 있다. 그는 자신의 종아리가 굵어진 원인으로 ‘언덕 위에 있던 여중 여고’를 탓하지만 이는 부가적인 요소일 뿐 사실 유전적 요소가 강하다.

그는 성인이 된 이후로 체중감량, 스트레칭, 경락마사지 등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봤다. 종아리보톡스도 맞아봤지만 라인이 조금 정리될 뿐 굵은 다리가 가늘어지지는 않았다. 이후 종아리퇴축술을 받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2년을 채 가지 못했다. 최근에는 종아리 지방흡입을 상담받을까 고민해봤지만 자신보다 굵은 다리를 가진 친구도 1㎝ 정도밖에 줄지 않은 것을 보고 단념했다. 심지어 그 친구도 병원에서 말리며 효과가 없을 거라고 할인까지 해줬을 정도였다.

다이어트의 최종관문은 뭘까. 흔히 허벅지, 복부 등을 꼽지만 사실은 복병은 ‘종아리’다. 고도비만인 경우 식이조절과 운동을 시작하면 체중이 줄고 몸의 부피가 작아진다. 타고난 라인이 바뀐다기보다 라인 위를 겹겹이 싸고 있던 체지방을 걷어지면서 자신의 본래 몸매가 드러나는 것이다.

몸의 부피가 줄어드는 것에 비해 죽어도 줄어들지 않는 부위 중 하나가 종아리다. 모 여배우는 다이어트 후에도 굵은 종아리가 콤플렉스로 남아 ‘종아리근육절제술을 목숨 걸고 받겠다’는 동의서에 사인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종아리는 가슴과 함께 ‘신의 축복’을 받아야 하는 부위로 통한다. 쉽게 볼륨을 키우거나 뺄 수 없는 게 이들 부위다. 가슴의 경우 수술을 받는 게 수월하지만 종아리는 수술조차 만만치 않다.

현대 의학에서 종아리 교정을 위해 활발히 시행되는 시술은 크게 △종아리 근육퇴축술(비복근 신경차단) △종아리 지방흡입수술 △종아리 근육절제술 △종아리 보톡스 등이다. 이같은 시술을 전부 받아본 사람이 있을 정도로 종아리는 ‘답이 없는’ 부위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각선미를 위해 의학적 도움을 고려하는 여성들은 상담에 앞서 각각의 시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심영기 연세에스병원장은 “종아리근육은 ‘제 2의 심장’으로 불리며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되는 부위”라고 강조한다.

그는 “심장이 몸 전체로 피를 내보낸다면 반대로 온 몸에 퍼진 피를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다시 보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종아리근육”이라며 “이들 정상적인 근육을 강제로 제거하면 중년 이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아리 근육퇴축술은 근육으로 가는 신경을 차단하는 신경차단술과 고주파로 근육에 데미지를 입혀 축소되도록 하는 근육퇴축술로 나뉜다. 자신의 종아리가 지방은 별로 없는 근육형이라면 이같은 비복근 신경차단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신경차단술은 비복근을 지배하는 신경만을 차단해 비복근만 가늘어져 더 깊은 층의 근육은 줄일 수 없다. 생각보다 둘레가 많이 감소하지 않는다. 이후 줄넘기, 계단오르기, 등산 등 비복근을 자주 사용하면 근육이 불거질 우려가 높다. 생활하면서 종아리근육을 쓰지 않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시술받은 사람은 대부분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다’거나 ‘오히려 근육이 울퉁불퉁해졌다’고 말한다.

이보다 더 근본적으로 종아리를 가녀리게 만드는 방법으로 근육절제술을 꼽을 수 있다. ‘여배우가 받은 그 수술’로 불리는 종아리 근육절제술은 문제가 되는 근육을 아예 제거해버린다. 한번 시술 후 가장 드라마틱한 둘레 감소를 선보이며 다시 근육이 자라나지 않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전신마취를 해야 할 정도의 스케일이고, 근육을 완전히 절제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가령 발바닥을 완전히 붙이고 걷지 못하고 까치발로만 걷게 된다.

없어진 근육으로 감각이상 및 손상, 다리 당김 증세, 다리 저림, 잦은 부기 등 즉각적인 부작용이 초래될 우려가 높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실된 비복근의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다른 근육이 보상적으로 과도하게 발달하기도 한다. 아직 수술 후 오랜 시간이 지난 케이스가 드물지만 성형외과 의사 중에는 향후 원래 종아리보다 더 굵어지거나 모양이 변형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 살이 쪄서 종아리가 굵은 사람은 지방흡입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사람이 있다. 종아리 지방흡입수술의 경우 지방이 아주 많은 경우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종아리가 콤플렉스인 사람 대부분은 지방형보다 근육이 많아 두꺼운 근육형이다. 고도비만이라도 종아리근육이 같이 커지기 쉽고, 허벅지, 팔, 복부에 비해 수술 전후 차이가 적어 지방흡입만으론 만족도가 떨어지는 부위다.

심영기 원장은 “종아리 전면에서 만져지는 뼈인 경골의 평평한 내측면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을 때 피부 밑에 바로 뼈가 딱딱하게 만져질 경우 지방흡입으로 효과가 매우 적거나 없을 수 있다. 또 수술 전에 지방과 근육의 비율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초음파 검사 또는 컴퓨터단층촬영(CT촬영),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진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쿠션감이 있는 지방층이 느껴지면서 그 밑으로 뼈가 만져진다면 종아리 전체에 지방이 상당히 있어 어느 정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지방흡입 시에는 발목 주변 아킬레스건과 복사뼈 사이까지 꼼꼼히 빼지 않으면 어색한 다리라인이 나와 하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현재 의사들이 가장 추천하는 가녀린 다리를 만드는 비법은 ‘종아리 보톡스’다. 근육에 보톡스를 시술해 신경전달 물질을 차단시켜 근육의 과도한 움직임을 억제해 부피를 줄이고 날씬한 다리 라인을 만든다. 비복근보다 더 깊은 층의 근육을 줄일 수 있다. 보툴리늄톡신은 신경근 접합부에 작용,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방해함으로써 근퇴축을 유발한다.

다만 이 시술 역시 주기적으로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래도 ‘생활형 근육’이다보니 쉽게 근육이 불거지기 쉬워서다. 안전하지만 반복 시술에 대한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 시술 후 2주 가량은 다리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아 걷는 느낌이 어색하고 힘이 드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종아리 근육과 관련된 시술의 한계는 어떤 것이든 생활형 근육인 만큼 원하는 만큼 가녀린 라인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보상 근육발달’을 무시할 수 없다. 비복근을 강제로 줄이다보니 힘을 분산해야 하는 다리는 비복근 바로 밑에 넓게 위치한 가자미근으로 힘을 주게 되고, 이 부위가 발달해버리기 쉽다. 이런 경우 종아리 알통부위를 넘어 발목 부근까지 부채처럼 넓어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심영기 원장은 종아리성형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은 △종아리성형은 반드시 근육의 기능을 일부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는 것 △ 결과적으로 제2의 심장인 종아리 근육펌프기능이 약화되어 전체적인 정맥혈의 순환이 떨어지게 되며 △가자미근 등 보상근육이 발달 할 수 있다는 것 △일정시간이 지나면 알통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까치발 고정 등의 기능적인 부작용이 발생 할 수 있다는 것 등을 꼽았다.

심 원장은 “종아리근육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퇴화하는 부위”라며 “질병을 예방하고 튼튼한 삶을 살아가려면 종아리는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게 정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쁜 다리도 좋지만 예쁜 다리로 제대로 걸어다닐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라고 덧붙였다.

글/취재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정희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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