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싼 게 비지떡? 2만원대 보톡스, ‘물톡스’ 주의보

  • 입력 2015년 12월 22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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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염수 농도 높은 ‘물톡스’ 시술효과 미미하거나 지속기간 떨어져 … 자주 맞다보면 내성 우려

바야흐로 2만원만 내면 보톡스(보툴리눔톡신)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시대다. 병원 시술이 명품 주름개선 화장품에 비해 5분의 1 수준 이하로 저렴하다. 최근에는 ‘3~6개월 간격으로 보톡스를 맞아 주름을 펴고 화장품은 수분만 채워주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여성이 늘고 있다. 화장품보다 싼 가격으로 더 오래, 확실한 주름 개선 효과를 내는 만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다’는 이유에서다.

보톡스가 국내에 도입된 지 16년을 넘어서며 안티에이징 시술의 대모 격으로 여겨지는 추세다. 보톡스는 본래 미국 엘러간의 보툴리눔톡신 브랜드 이름인데 널리 쓰이다 보니 대명사화됐다. 정식 명칭은 ‘보툴리눔 톡신’이다.

보톡스는 안티에이징·피부·성형 관련 의사들이 꼽은 안전한 시술로 꼽힌다. 보톡스는 시술 직후를 기점으로 주름개선·근육축소 등 효과를 부스팅해나간다. 1개월째부터 시술 효과가 정점을 찍고 시간이 흐르면 서서히 원래 자신의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즉 독소가 완전히 체내서 분해돼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시술로 여겨지는 것이다.

국내서 가장 인기를 끄는 시술은 단연 사각턱 축소다. 5년 전 30만원에 형성돼 있던 사각턱 보톡스 비용은 이제 3만원이면 충분하다. 보톡스 가격파괴 현상은 국내 제약사에서 ‘국산 보툴리눔톡신’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소위 ‘물톡스’ 제조 의혹도 가격 저하에 한몫했다고 지적하는 의사가 적잖다. 즉 물에 희석해쓰는 보툴리눔톡신 비율을 터무니 없이 낮춰 쓰기 때문에 그 만큼의 가격만을 받는다는 게 저렴하지도 않고 일종의 사기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서울 강남구 한 미용클리닉 A모 원장은 “보툴리눔톡신은 국산 한 제품만 빼고 액체가 아닌 흰색 파우더 타입으로, 이를 식염수에 섞어 액체로 만든 뒤 주사한다”며 “이때 보툴리눔톡신이 얼마나 들어갔느냐에 따라 주사액의 농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경제가 악화되면서 의사들도 ‘바겐 세일’에 나서는 실정”이라며 “약을 아껴야 그나마 마진을 남을 수 있다보니 결국 물톡스를 제조하기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이렇다보니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소비자다. A 원장은 “이런 경우 보톡스 효과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고, 정도가 미미하거나 지속기간이 정량을 넣었을 때보다 짧아진다”며 “결국 적량을 주사할 경우 6개월~1년에 1회 맞으면 충분한데 물톡스를 2~4개월에 한번씩 자주 주사하다보니 가격도 결코 낮지 않고 잦은 주사로 내성이 생겨 점차 약효가 떨어지는 결과를 맞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 등 시중 유명 피부과클리닉에서 외제 정품 보톡스를 1회 시술할 경우 평균 20만~50만원이 드는 반면 국산 정품은 5만~10만원으로 저렴하다. 하지만 물톡스는 1회당 2만원으로 시작해 시술 부위에 따라 가격이 올라간다. 이에 따라 물톡스를 맞고 기대 이하의 낮은 효과에 실망한 의료소비자들은 조금 비싸도 좋으니 정품을 정량 주사하는 추천해달라는 글을 인터넷 성형 커뮤니티에 올리는 추세다. 과거에 무조건 싼 비용의 시술만 찾던 분위기와 상반된 현상이다.

보톡스를 자주 맞다보면 항체가 생성돼 내성이 생길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보톡스에 내성이 생기면 이후 질환 치료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최근 근육강직, 다한증, 사시, 과민성 방광 등의 질환에도 보툴리눔톡신을 활용해 치료하는 추세여서 보톡스에 내성이 생기면 이런 치료가 무용지물이다.

실제로 물톡스 시술 후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적잖다. “보톡스 가격이 화장품 비용 정도로 저하돼서 그런지, 효과도 화장품 수준으로 확 떨어진 듯하네요.” 직장인 양모 씨(27·여)는 1년에 걸쳐 4번의 저가 사각턱 보톡스 시술을 받았지만 ‘돈만 날렸다’는 반응이다.

평소 사각턱에 콤플렉스를 가졌던 그는 수술보다 시술을 먼저 받아보기로 결심했다. 병원에서는 이 씨의 턱을 만져보곤 ‘근육이 대부분이니 보톡스 효과가 좋을 것’을 장담했다. 가격도 3만원대로 부담이 없어 망설임 없이 지를 수 있었다. 시술 후 효과가 절정에 이른다는 1개월째, 확연한 얼굴라인 변화를 기대했지만 자신조차 미묘한 변화마저 느끼지 못했다. 3개월 후 리터치를 받았지만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아무래도 내가 말로만 듣던 물톡스를 맞은 것 같다”며 “병원에서 정품 정량 확인을 거절했던 것도 물톡스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내 보톡스 시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각턱 보톡스는 사실 의사가 재량껏 시술 부위에 적용해 활용하는 오프라벨 처방이다. 갸름한 턱선과 작은 얼굴을 중시하는 문화가 만들어낸 일종의 ‘한국형 보톡스’ 시술인 셈이다. 세계 어느 회사의 보툴리눔톡신도 사각턱 축소용으로 승인받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사각턱을 축소할 때 얼만큼의 용량을 써야 한다는 가이드라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온전히 의사의 재량이기 때문에 컴플레인을 하기 애매한 상황이다. 보툴리눔톡신을 활용한 미용치료법은 오직 이마·눈가 주름치료 용도로만 승인받았다. 흔히 이뤄지는 승모근 축소, 종아리 축소, 콧볼 축소, 입꼬리 올리기, 거미스마일(잇몸노출) 내리기 등 미용에 관련된 사항은 거의 오프라벨 치료법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보톡스를 다방면으로 사용하는 국가에 속한다. 특히 미용 측면에서 활용하는 정도는 압도적이다. 보톡스의 원조 국가인 미국의 경우 주름을 개선하는 등 피부노화를 막기 위해 30대 중반 이후부터 시술에 나서는 추세다. 한국의 경우 20세가 되자마자 보톡스를 접하는 등 시기가 서구에 비해 이른 편이다.

단순히 주름을 제거하는 것은 나중 일이고 굵은 종아리나 허벅지를 축소하는 등 다이어트에 활용하거나, 승모근에 주사해 가녀린 어깨선을 만들거나, 얼굴을 작게 개선하는 등 라인을 다듬는 용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듯 수요 자체가 많다보니 비용이 저렴해진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가장 효능이 좋은 제품은 어떤 것일까. 최근 ‘싼 게 비지떡’이라는 분위기는 사그라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아무래도 ‘오리지널’의 위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엘러간의 ‘보톡스’(고유 상품명)가 시술 유지기간이 길고 안정적으로 나타난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하지만 환자들은 정품 정량을 확인조차 하지 못하고 단순히 국산·외제 보톡스 시술 여부만 통보받는 정도여서 미리 체크할 필요가 있다.

제품 못잖게 중요한 게 시술자의 경험과 노하우다. 보톡스는 표준화된 주사방법론이 규정화되지 않았다. 사람마다 근육과 표정에 따른 주름이 다 제각각인데다 표정 변화를 읽고 올바른 위치에 주사해야 한다. 최병훈 연세이미지라인의원 원장은 “100명에 대한 100가지 시술법이 존재하는 셈”이라며 “경험이 적은 의사는 천편일률적으로 시술하다보니 아무래도 노련한 사람에 비해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취재 = 정희원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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