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암 예방에 면역력 증강? ‘꽃송이버섯’ 주목 … 농가들 재배 늘려

  • 입력 2015년 10월 28일 14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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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글루칸 100g당 43.5g 함유, 식품 중 최다 … 독성 없어 장기간 복용 가능해

지난 5월 한반도를 휩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공포가 지나갔지만 면역력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뜨겁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도 ‘면역력 강화’에 포커스를 맞춘 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면역은 자율신경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혈액 상태를 변화시켜 건강을 유지하게 해 질병을 치료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몇해 전부터 암환자 사이에서 ‘항암식품’으로 통했던 꽃송이버섯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항암효과는 물론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품귀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꽃송이버섯은 민주름버섯목 꽃송이버섯과로 전세계적으로 1과 1속 2종이 보고돼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북아메리카,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에 주로 분포한다. 학명은 Sparassis crispa Wulf다. 학명에서 Sparassis는 ‘작은 조각’이란 의미이고, crispa는 ‘주름진’이란 뜻이다. 서양에서는 꽃송이버섯을 ‘꽃양배추버섯’이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꽃잎버섯’이라고 칭한다.

장현유 한국농업전문학교 교수는 “꽃송이버섯은 야생에서 자주 발견되는 버섯이 아니라 희귀성이 높다”며 “독성이 전혀 없고 비슷한 모양의 독버섯도 존재하지 않아 생김새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등산객 등이 직접 따서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살이 단단해 씹으면 쫄깃쫄깃하다. 고유의 냄새는 꽃송이버섯을 처음 맛보는 사람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자연산 꽃송이버섯은 소나무 보다 낙엽송, 잣나무, 전나무 등에서 주로 자라 송이버섯과는 상관관계가 없다. 색은 전체적으로 담황색 또는 흰색으로 두께는 1㎜ 정도로 평평하다.

꽃송이버섯에는 암 발생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베타글루칸이 100g당 약 43.5g 함유돼 있다. 현존하는 식품 중 가장 많은 양으로 상황버섯의 최대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베타글루칸이 항암제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표고버섯 속 베타글루칸으로 만든 ‘레티난’ 덕분이다. 하지만 표고버섯 200㎏에서 고작 31g만 생산돼 추출효율에 대한 고민이 계속돼왔다.

베타글루칸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 비특이적 면역반응으로 인간 정상세포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세포의 증식 및 재발을 억제한다. 대식세포(macrophage)를 자극해 암세포가 있는 체내로 들어가 각종 사이토카인(Cytokine)의 분비를 촉진시켜 면역세포인 T세포와 B세포의 면역기능을 강화한다. 이외에도 베타글루칸은 혈당강하 및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가 우수하다. 지질대사를 개선해 체지방 형성과 축적을 막아 항비만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전세계 베타글루칸 연구 1인자로 꼽히는 야도마에 토시로 일본 도쿄대 약대 교수는 각종 학회에서 꽃송이버섯의 면역활성효능에 대해 설명했다. 각종 연구를 통해 대표적 항암제인 ‘파크리탁셀’보다 폐암, 간암 등에서 두 배가 넘는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진열 한의학연구원 박사팀이 꽃송이버섯의 항암효능을 동물에 대한 분말투여실험으로 평가한 결과 종양 저지율이 약 7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효능으로 관심이 높아지자 산림청이 나서 꽃송이버섯을 임산물 지원품목으로 성정해 농가에서 생산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꽃송이버섯은 산지 기준으로 ㎏당 약 10만원선에서 거래된다. 건조된 것은 1㎏에 100만원이 넘기도 한다. 전남이나 제주에서 생산되는 것을 최상품으로 인정한다. 자연산 꽃송이버섯은 환경조건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이에 따라 고가에 비해 항암효과가 적은 게 아니냐는 불만을 표출하는 이도 적잖다.
윤병선 산림자원연구소장은 “꽃송이버섯 재배단지를 늘리고 산학연과 연계해 식의약품으로 개발할 계획”이라며 “전남을 꽃송이버섯의 메카로 육성, 농가소득 창출은 물론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재배는 1998년 일본 사이타마현 쿠마가야농고의 후쿠시마 씨가 처음 성공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인공재배기술이 개발돼 생산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꽃송이버섯에는 독성이 전혀 없어 장기간 복용이 가능하다. 다만 암환자가 꽃송이버섯만 먹으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어 적절한 영양공급을 하는 상태에서 꽃송이버섯을 먹도록 해야 한다.

꽃송이버섯을 먹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말린 것을 뜨거운 물에 넣고 식후에 해독수로 마시는 것이다. 꽃송이버섯은 열과 반응했을 때 유효 성분이 가장 많이 나와 보리차처럼 소량씩 넣고 끓이는 게 좋다. 용기는 금속이 아닌 유리나 토기를 사용해야 한다. 이밖에 가볍게 무쳐 반찬으로 먹어도 되며, 약한 불에 살짝 볶아 섭취해도 괜찮다.

다만 일부에서 그냥 식품으로 먹어서는 베타글루칸을 효과적으로 섭취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베타글루칸은 다당체의 일종으로 효모, 곰팡이, 버섯 등의 세포벽 속에 존재해 체내에서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세포벽에 싸여 있어 유효성분이 용출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꽃송이버섯 속 베타글루칸은 95% 이상이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이어서 버섯을 단순히 물에 끓이는 열수추출 방법으로는 면역증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인체에는 베타글루칸을 분해하는 소화효소가 없으므로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배설되는 문제도 있다. 평소 소화가 잘 되지 않은 사람은 마늘, 생강 등을 추가해 먹는 게 좋다. 꽃송이버섯 추출물을 발효 공정을 통해 가공하거나, 나노분말 형태로 만든 게 상대적으로 흡수력이 좋은 장점을 갖는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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