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덜 먹고 덜 건강한 식사…살찔까봐 담배 못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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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5월 13일 0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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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덜 먹는 경향이 있고 덜 건강한 식습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흡연자가 금연할 경우 대개 체중이 증가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흡연자는 일반적으로 비흡연자에 비해 체중과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가 낮다. 금연은 체중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흡연을 체중 조절과 식욕 억제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 임상 연구(Pre-clinical research)에서는 담배의 니코틴 성분이 식욕을 억제하고 이후의 식습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인간의 흡연과 식습관 사이의 상관관계는 불분명하다.

이를 더 자세하게 알아 본 영국 러프버러대와 레스터대 연구팀은 13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유럽비만연구협회(EASO) 학회(ECO)에서 영국 성인 8만여 명을 대상으로 흡연과 섭식 행동의 관계를 분석,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식사량이 적고 건강한 식습관을 갖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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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가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금연 후 체중이 증가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금연을 시도하는 흡연자에게 영양 및 체중 관리 지원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영국 의료 자선단체 너필드헬스(Nuffield Heath)가 2004~2022년 건강평가 프로그램을 통해 수집한 18세 이상 8만3781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흡연과 식습관 및 식이 행동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참가자 중 흡연자는 6454명(평균연령 40세, 여성 37%), 비흡연자는 7만7327명(평균연령 44세, 여성 38%)이었다. 참가자들은 나이,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흡연 여부, 평소 식습관 등에 관한 설문지를 작성했고, 체질량지수도 측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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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를 보정한 결과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식사를 거를 확률이 2.16 배 높았고, 3시간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고 지낼 가능성도 5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흡연자는 식사 사이에 간식을 먹는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35%, 보상 또는 기분전환으로 음식을 먹는 확률은 19%, 지루함을 달래려 음식을 먹는 확률은 14% 낮았다. 식사 사이에 또는 디저트로 단 음식을 먹을 확률도 8~13% 낮았다.

반면 튀긴 음식을 먹을 확률은 흡연자가 8% 더 높았고, 음식에 소금을 첨가할 확률은 70%, 설탕을 첨가할 확률은 36% 더 높았다. 음식을 남기는 것을 어려워할 가능성도 19% 더 높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경향은 젊은 사람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더 강했으며, 음식에 소금과 설탕을 첨가할 가능성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높았다며 이는 남성 흡연자가 덜 건강한 식습관에 더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책임자인 러프버러대 스콧 윌리스 박사는 “체중 증가에 대한 걱정은 흡연자가 금연을 시도하지 않거나 금연시도에 실패하는 일반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흡연은 음식 섭취량 감소 및 식사의 질 저하와 일치하는 식습관 유형과 연관되어 있으며, 튀긴 음식을 자주 섭취하고 식사에 소금·설탕을 첨가하는 게 특징”이라며 “이는 사람들이 흡연을 중단할 때 흔히 관찰되는 체중증가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반 연구결과는 관찰에 의해 이끌어 낸 것으로, 이러한 유형의 인구기반 연구에서는 흡연과 식습관 변화 사이의 명확한 인과 관계를 결정할 수 없다고 연구자들은 한계를 인정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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