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중심 한미약품 DNA 지켜낼 것”… 송영숙 회장, OCI그룹 통합 이유 밝혀

  • 동아경제
  • 입력 2024년 2월 1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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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故 임성기 회장 유지 이어
R&D 기반 신약개발 명가 한미약품 도약
5400억 규모 상속세 부과로 경영권 흔들
통합으로 ‘상속세·경영권’ 이슈 해소
송 회장 “두 아들도 통합 대의 이해할 것”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신약개발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확고한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

한미약품그룹은 1일 송영숙 회장이 OCI그룹과 통합하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지난 2020년 8월 타계한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유지를 이어가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임 회장은 세상이 떠나기 전 손주들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당시 함께 있던 송영숙 회장이 해당 내용을 메모로 기록해 세상에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내용은 한미약품이 연구·개발(R&D)을 통해 신약 등 다양한 약들을 개발해왔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인체의 비밀이 많고 더욱 R&D에 매진해 비밀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더 좋은 약과 신약 개발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회장이 손주들에게 남긴 마지막 당부를 송 회장은 ‘신약개발’과 R&D‘ 중심 한미약품그룹의 성장으로 판단했다. 1개 프로젝트가 10년 이상씩 소요되는 혁신신약 개발이 흔들림 없이 지속돼야 하고 특정 개인의 경영 스타일에 기업 DNA가 흔들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유나 식품, 진단사업 등이 아닌 글로벌 헬스케어산업의 핵심을 관통하는 혁신신약 개발만이 한미약품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라고 제시했다.

두 아들이 이번 통합에 반대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것에 대해 송명숙 회장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100년 기업으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임성기 회장 별세 후 부과된 5400억 원 규모 상속세는 송영숙 회장 가족의 고뇌를 깊게 했다고 한다. 상속된 한미사이어스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선대 회장이 한평생 일군 한미약품그룹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절박한 위기감에 휩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까지 여러 사모펀드들이 현 주가의 2배가 넘는 금액을 제시하면서 경영권 매각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송 회장은 50년간 일궈온 한미의 일방적 매각 방식은 단호하게 거부했다고 한다. 여기에 故 임성기 회장과 기술수출 계약 업무 등을 함께 진행해온 장녀 임주현 사장도 한미 DNA 유지에 뜻을 모아 송 회장과 함께 기업 미래에 대해 깊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제시된 OCI그룹과 통합하는 방안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 창업주 유산인 한미약품 DNA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판단했다. 송 회장 결단 이후 해당 통합 프로젝트는 빠르게 진행됐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역시 만장일치로 송 회장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통합은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에 OCI홀딩스가 이름을 올리고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OCI홀딩스 1대 주주가 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각자 대표 체제로 한미약품그룹은 창업주 故 임성기 회장 유지를 이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통합에 대해 업계에서는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에서 ‘뒷심’ 부족으로 번번이 고배를 마셔왔던 한미약품그룹이 통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통합을 발표한 이후 송영숙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올라설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며 “한미 가족 모두의 삶에 울타리가 되겠다는 그룹의 약속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최근 송 회장은 경영권을 두고 가족간에 이견이 발생한 것에 대해 “통합을 반대하는 두 아들도 결국 거시적 안목으로 이번 통합의 대의를 이해할 것으로 믿는다”라며 “한미와 OCI그룹 통합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직 R&D를 외치면서 평생을 살아간 임성기 회장 유지를 이어 한미의 비전을 영원히 지켜내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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