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R “골치 아픈 전기차 충전 문제, AIoT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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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6월 16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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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구매를 꺼리게 만드는 장벽 중 하나가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다. 그런데 수치만 놓고 보면 국내 충전 인프라는 꽤 훌륭한 편에 속한다. OCE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보급 대수는 2.6대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숫자다. 그만큼 전기차에 비해 충전기가 비교적 넉넉하게 깔려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내 전기차 차주 중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함 없이 잘 갖춰져 있다고 느끼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충전기 숫자로는 잴 수 없는 접근성과 편의성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소위 말하는 ‘집밥’과 ‘회사밥’이 없다면 차주가 느끼는 충전 편의성은 수직 하락한다. 가정이나 회사 등에 주차해 둔 채 충전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면 자칫 충전 떠돌이 신세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주거 환경의 특성이다. 단독주택 비중이 높은 미국 같은 나라와 달리 한국은 대다수의 국민이 공동주택에 사는 ‘아파트 공화국’이다. 가뜩이나 주차면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전기차 충전기는 내연차 차주 등 다른 입주민들과의 갈등을 낳는다.

스스로 돌아다니는 전기차 충전기가 있다면 어떨까?

에바(EVAR) 이훈 대표. 출처=IT동아
에바(EVAR) 이훈 대표. 출처=IT동아

전기차 충전 솔루션 스타트업 에바(EVAR)의 이훈 대표가 이러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16년이었다. 당시 출시된 테슬라 모델3를 예약하며 예비 전기차 차주가 된 게 계기였다. 남 일이었던 전기차 충전 문제가 내 일이 되고 나니 미비한 충전 인프라와 인프라 확충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처럼 공동주택 거주 비중이 높은 곳에서는 공동 주차장의 특정 주차면을 특정 개인에게 할당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어요.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확대되려면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 대표는 스마트폰 보조배터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휴대할 수 있는 보조배터리처럼 충전기 자체에 이동성을 부여하면 어떨까? 이동성을 부여하기 위한 해법으로는 자율주행 로봇을 떠올렸다. 그렇게 스스로 주차장을 돌아다니며 전기차를 충전하는 로봇이라는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삼성전자에 재직 중이던 이 대표는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을 통해 전기차 충전 로봇이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했다. 시제품 완성과 시범 운영까지 마치고 좋은 반응을 얻어 2018년 에바를 분사 창업했다.

에바의 자율주행 충전 로봇 파키(Parky). 출처=에바
에바의 자율주행 충전 로봇 파키(Parky). 출처=에바

지난해에는 충전 로봇이란 아이디어를 현행 전기차 충전 생태계와 공용 주차장 환경에 맞춰 다듬은 제품 파키(Parky)를 선보였다. 차마다 다른 충전구 위치나 규격 문제와 같은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주차장 기둥을 도킹 스테이션으로 활용한다.

파키는 ‘2022 로보월드’에서 처음 공개돼 주목받았고, 올해 초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혁신상도 받았다. 하지만 에바의 전기차 충전 로봇은 아직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재사용 배터리 사용 문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 및 제도 미비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급의 걸림돌, AIoT로 풀어낸다

에바는 전기차 충전 로봇 하나에만 매달리며 무작정 제도 문제 해소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다. 이훈 대표는 에바가 자율주행 로봇 업체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전기차 충전 솔루션 업체라고 강조한다. 자율주행 로봇은 어디까지나 충전기가 특정 주차면을 차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주차면 문제 외에도 에바가 해결할 수 있는 충전 인프라 관련 문제는 많다. 노후된 건물의 변압기 용량 등 건물의 전력 인프라 문제도 공용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기 도입을 발목 잡는 요소 중 하나다.

다이내믹 로드 밸런싱은 한정된 전력을 효율적으로 나눠 쓰기 위한 솔루션이다. 출처=에바
다이내믹 로드 밸런싱은 한정된 전력을 효율적으로 나눠 쓰기 위한 솔루션이다. 출처=에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021년에는 다이내믹 로드 밸런싱(Dynamic Load Balancing)이라는 기술을 도입한 충전기 ‘스마트 이브이 차저 2022(Smart EV Charger 2022)’를 개발했다. 충전기끼리 서로 블루투스로 통신하며 한정된 전력을 효율적으로 나눠 쓰는 기술이다. 충전기 숫자가 늘어나도 전력 인프라에 부담을 주지 않는 형태다. 전력 인프라나 운영 비용에 대한 염려로 충전기 도입을 꺼리거나, 개수를 늘리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한다.

에바는 전기차 충전기를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 기기로 정의한다. 이 대표는 “충전기에 AIoT를 더하면 다양한 부가 기능을 더할 수 있고, 항상 바뀌는 시장의 니즈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율주행 충전 로봇도, 블루투스 통신을 통한 다이내믹 로드 밸런싱도 이러한 맥락에서 탄생했다.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출시한 화재 감지 완속 충전기 ‘스마트 이브이 차저 2023(Smart EV Charger 2023)’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부터 전기차 화재 사건들이 언론에 오르내리며 소비자 불안이 커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게 개발한 제품이다.

화재 감지 기능이 탑재된 에바의 완속 충전기 ‘스마트 이브이 차저 2023(Smart EV Charger 2023)’. 출처=에바
화재 감지 기능이 탑재된 에바의 완속 충전기 ‘스마트 이브이 차저 2023(Smart EV Charger 2023)’. 출처=에바

충전기에 온도 센서뿐만 아니라 적외선 센서 등을 탑재해.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코앞에서 이를 재빨리 감지해 차주와 관제센터에 알릴 수 있다. 협의만 된다면 관할 소방서로 알리는 일도 물론 가능하다. 화재 진압에 중요한 신속한 초동 대응을 도울 수 있다.

“화재에 대한 우려가 자칫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기피하는 움직임으로 번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고민하다 낸 아이디어였어요. 충전기가 불이 날 것 같은 상황을 미리 감지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불이 났을 때 그걸 가장 빠르게 알려줄 수는 있겠다 싶었죠. 전기차 가장 근처에 있으니깐요.”

이외에도 에바는 차량에 탑재한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를 개발해 국내외 손해보험사, 렌터카 업체 등에 공급 중이다. 혹여라도 주행 중 배터리가 떨어졌을 때 긴급출동해 충전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충전 여건이 여의찮은 전기차 차주를 위한 출장 충전 서비스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속도 경쟁보단 한정된 전력의 효율적 사용을 고민할 때”

전기차 충전 솔루션 분야 유망 스타트업으로 일찍부터 주목받은 에바는 지난 2021년 55억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기대에 걸맞게 그해 6억 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72억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현재는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는 단계다.

에바는 특히 완속 충전기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집계된 국내 신규 설치 완속 충전기는 약 6만 5000만대였는데, 이중 에바의 충전기가 약 1만 5000대다. 완속 충전기 출시 1년 만에 시장 점유율 약 23%를 차지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선 셈이다.

에바 또한 시장 수요에 맞춰 오는 11월 출시를 목표로 급속 충전기를 준비하고 있지만, 완속 충전기에 집중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올 11월 출시 예정인 급속 충전기 시제품. 에바 사무실이 위치한 경기기업성장센터 지하 2층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출처=IT동아
올 11월 출시 예정인 급속 충전기 시제품. 에바 사무실이 위치한 경기기업성장센터 지하 2층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출처=IT동아


“자동차라는 제품은 영업용이 아닌 이상 출고되어서 폐차장에 갈 때까지 자기 일생의 90% 이상을 주차된 상태로 보내게 됩니다. 주차된 차량을 꾸준히 충전할 수 있는 완속 충전 인프라 확충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주유소에 잠깐 들르면 해결되는 주유와 전기차 충전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급속이라도 30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된다. 급속 충전 속도 경쟁에 집중하는 건 기술적 때문이든, 전력 인프라 때문이든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국 자동차 생애 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휴 시간을 활용하는 완속 충전을 얼마나 잘 보급하고, 효율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다가올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는 데 더 필요한 일이라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훈 대표는 “현재 전기차 충전 업계가 지나치게 속도 경쟁에 매몰되어 있다”면서 “속도 경쟁보다는 제한된 전력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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