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이후… 힘 모아 최적의 해법 찾아야[기고/신희복]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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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복 법무법인 공간 대표변호사

신희복 법무법인 공간 대표변호사
신희복 법무법인 공간 대표변호사
간호법안이 재의 요구가 돼 국회로 돌아왔다. 현재 국회의 의석 분포상 재투표 부결은 확실해 보인다. 대한간호협회와 민주당은 즉각적인 재입법을 선언하고 나섰다. 보건의료 역사상 처음으로 전체 보건의료계를 양분한 싸움을 다시 시작할 수는 없다. 차분히 갈등의 원인과 해법을 모색할 시점이다. 간호법안을 둘러싼 논란은 그 내용보다는 법체계의 문제, 고령화시대 의료기관 밖에서의 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에 대한 주도권 경쟁, 그리고 기존 의료 체계의 문제가 한꺼번에 분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곧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노인 인구 1000만 명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질병 구조도 변했다. 급성기 질환에 대한 대응 못지않게 만성질환에 대한 일상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이제 많은 어르신, 우리 부모님들은 거동도 불편하고 3∼4개의 만성질환은 가지고 있다. 복용하는 약도 5∼6개를 넘는다. 이런 분들이 요양병원이나 요양 시설에 가실 필요는 없다. 그분들도 원하지 않는다.

우리 부모님들이 원하는 것은 평소 살던 곳에서, 익숙한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초고령사회의 의료·요양·돌봄의 해법으로 떠오른 ‘내 집에서 나이들기(Aging in Place)’다.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단 의료 서비스뿐만이 아니다. 거동이 불편하시니 돌봄과 요양 서비스도 함께 필요하다. 어르신들의 욕구와 형편에 맞춰 의료와 요양, 돌봄 서비스가 종합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수요자 맞춤형이어야 한다. 수요자가 중심이 되는 체계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의 제공에 대한 종합적인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이에 맞춰 보건의료, 돌봄, 복지 종사자 간의 역할이 재정립돼야 한다. 이때 관련 종사자들의 역할은 조화롭게 협력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특정 종사자만으로는 온전히 채워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기관, 장기요양기관, 지역 내의 돌봄·복지기관의 역할도 다시 정립돼야 한다.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수요자가 원하는 지점에 맞춰 역할이 이뤄져야 한다. 이후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양성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충실히 갖추면서도 다른 직역과의 협업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직역 간 수평적 협력 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후 관련 법제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혁신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의료법인 1951년 국민의료법으로 제정된 이래 기본적인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들이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을 전제로 해서 각종 절차와 준수 사항이 촘촘하게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 밖에서의 의료 서비스를 누가, 어떻게 제공하고, 제공할 때 지켜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국민의 안전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 자체가 부재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어떻게 규명하고, 그때 국민이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는지에 관한 내용도 없다.

다른 법률도 바뀌어야 한다. 재정에 관한 국민건강보험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 돌봄에 관련된 법제도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 의료와 요양, 돌봄이 상호 연계될 수 있는 내용들이 관련된 법률에 모두 규정돼야 한다. 각각의 법률의혁신도 필요하지만 이들 법률이 상위 단계에서 포괄할 수 있는 법률의 제정도 검토할 만하다. 새로운 의료·요양·돌봄 시스템의 상호 협력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 직역 간의 역할 분담과 협력 관계에 관한 사항을 정하면서 법률 간의 상호관계를 포괄하는 법률이 검토 가능하다. 이미 관련 법률 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단계는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간호법안을 둘러싼 갈등은 온 국민이 지켜봤듯이 보건의료계는 다양한 직역이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조금만 삐걱거려도 큰 사달이 난다. 우리 의료 체계를 70여 년 만에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라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장 종사자, 보건의료복지 전문가 등이 함께 나서야 한다.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이제는 제대로 하자. 최적의 해법을 찾자.

신희복 법무법인 공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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