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은 이제 그만… 신약개발 때 ‘장기칩’ 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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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회로 칩에서 장기세포 배양
간 모사한 실험서 정확도 1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신약 개발 과정에서 약물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전임상에서는 주로 실험용 쥐나 영장류 등 동물이 활용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물을 대체하는 ‘장기칩(Organ-on-a-chip)’의 안전성과 정확성이 속속 확인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 등 주요 규제기구들도 장기칩 활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국 장기칩 개발사 ‘에뮬레이트’의 로나 이워트 최고과학책임자(SCO·사진)는 지난달 말 본보와의 단독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장기칩은 세계보건기구(WHO)가 1985년부터 동물실험 대체 방안으로 제시한 혁신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장기칩은 전자회로가 놓인 칩 위에 사람 장기의 세포를 배양하는 기술이다. 실제 사람 장기의 구조와 기능, 특성을 그대로 구현한다. 에뮬레이트는 2010년 사람의 폐 기능을 재현한 장기칩 개발에 성공한 도널드 잉버 미국 하버드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2013년 설립한 기업으로 장기칩 분야에서 기술력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워트 CSO는 “장기칩 기술은 이미 정확성과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에뮬레이트는 최근 사람의 간을 모사한 장기칩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27개의 신약 후보 물질을 대상으로 이뤄진 실험에서 장기칩은 독성을 야기할 수 있는 물질을 거의 100%의 정확도로 골라냈다.

FDA나 EMA 등 세계적인 규제기관들도 이 같은 실험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워트 CSO는 “FDA는 동물과 다른 사람의 체내 환경 특성을 정확히 반영한 장기칩 기술의 안전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MA의 자문역할을 하는 유럽연합 공동연구센터(JRC)도 동물대체실험 방안을 검토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면서 장기칩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얼마나 정확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는지 살피는 중이다. 이워트 CSO는 “규제기관들의 요구에 따라 시간이 지나도 균등한 결과가 나타나는 ‘견고한 검증과정’에 돌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워트 CSO는 장기칩 기술의 가장 큰 과제로는 표준화를 꼽았다. 장기칩을 개발하는 다양한 연구기관이 있지만 이들이 만드는 장기칩의 크기, 모양, 디자인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워트 CSO는 “장기칩은 궁극적으로 각 장기를 연결해 사람의 인체를 완전히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동물실험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신약개발#장기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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