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키즈’ CEO 시대…창업세대가 만든 조직문화 한계 넘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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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16일 0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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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네이버의 신임 대표(CEO)가 14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가 열린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에서 발언하고 있다.(네이버 제공)
최수연 네이버의 신임 대표(CEO)가 14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가 열린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에서 발언하고 있다.(네이버 제공)
‘편지할게’, ‘전화할게’, ‘메일할게’, ‘카톡할게’. 세대별 인사말은 그 세대의 특징을 담는다. 시간이 흐르며 사용하는 인사말이 바뀌듯, 경영 리더십도 자연스레 변화하고 있다.

네이버가 1981년생 최수연 대표(41)를 선임했다. ‘인터넷 세대’(N세대)인 그는 1999년 네이버가 출범한 이래 첫 80년대생 대표다. 이번 대표 선임으로 네이버 경영 리더십은 ‘창업세대’에서 ‘인터넷과 성장한 세대’로 변화를 맞이했다. ‘전화’보단 ‘메일’이 익숙한 최고경영자(CEO)의 등장이다.

‘창업 성공신화’를 바탕으로 현역으로 뛰고 있던 벤처 1세대가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고 어린 후배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러한 변화 속에 인터넷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성장한 ‘젊은 피’가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취임 직후 최 대표가 제시한 경영 목표는 ‘더 자랑스러운 네이버 만들기’. 대외적으로는 사업을 키워 시장가치를 끌어올리고, 내부적으로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해진이 약속한 ‘조직쇄신’…지휘봉 쥔 81년생 최수연

네이버는 지난 14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에서 제23기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최수연 글로벌 사업지원 책임리더를 대표 겸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최 대표는 지난 2005년 네이버(당시 NHN)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네이버맨’이다. 네이버를 떠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사, 미국 하버드 로스쿨 법학석사(LL.M) 과정을 마친 그는 미국·한국에서 기업결합(M&A), 자본시장 및 기업지배구조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네이버로는 2019년 복귀해, 최근까지 글로벌 사업 확장과 사업 전략 실행을 위한 경영지원 업무를 수행했다.

네이버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최 대표를 차기 리더십으로 낙점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물러날 각오’까지 밝히며 예고한 ‘새로운 리더십’의 등장이었다.

이 GIO는 지난해 5월 한 네이버 직원이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두고 “제 부족함과 잘못이 제일 크다”며 조직쇄신을 약속했다. 차기 대표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자격 요건을 재정립한 네이버 이사회는 후보를 추려 검증에 나섰다.

네이버 이사회는 최 대표를 내정하며 “그동안 최 대표가 다양한 국내외 사업 전반을 지원하며 보여준 문제해결 능력, 회사의 글로벌 사업 전략 및 해당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춘 점을 높이 평가했다”며 “회사에 대한 안팎의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며 장기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후보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총괄급을 건너뛰고 책임리더(조직장)급에 대표 자리를 물려준 ‘파격 인사’에 잡음이 들릴 법했지만, 내부 직원들은 오히려 그의 내정을 지지했다. 50세 이상 임직원 비율이 0.8%(2021년 8월 기준)에 불과한 네이버에 ‘소통할 수 있는 젊은 경영진’에 대한 수요가 컸다는 전언이다.

최 대표 역시 내부 소통에 팔을 걷었다. 최 대표는 지난 14일 주주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내정 이후 많은 임직원을 만나며 시간을 보냈다”며 “현안과 문제점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듣는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로 선임된 직후 임직원에게 발송한 이메일을 ‘네이버와 직원들을 향한 열렬한 팬레터’라고 소개하며 격 없는 소통을 예고했다.

네이버 이사회는 최 대표의 소통능력뿐 아니라 사업 감각이 회사를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사회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최 대표가 보유한 Δ기업 철학과 IT 플랫폼 업에 대한 이해 Δ글로벌 확장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비전에 대한 신뢰 Δ복합적인 이해관계의 조율 역량 Δ다양한 임직원과의 소통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새 리더십이 그릴 새 조직문화에 쏠리는 눈

최 대표가 본격 경영 전면에 배치되면서 ‘새 세대가 제시할 새 조직문화’에 시선이 쏠린다. 조직쇄신이 필요한 건 비단 네이버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IT 업계는 최근 ‘코로나 특수’를 타고 대기업급으로 덩치를 키웠다. 그러나 2000년 초반 벤처 당시 초과근무로 대표되는 희생정신을 강요하는 벤처 1세대식 사내 문화가 노동문제로 불거지며 성장통을 앓았다. 아직까지 사내 노무, 인사 시스템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서울대학교·카이스트 출신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 ‘끼리끼리 문화’도 조직문화를 곪게 하는 주범이 됐다. 창업자와 ‘성공신화’를 쓴 일부 경영진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쏠리고, 이를 견제할 최고경영자(CEO)마저 창업자 세대로 구성되면서 ‘제왕적 리더십’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이다.

그렇기에 업계가 최 대표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고용 안정’보다 ‘개인의 성장 가능성’, ‘수평적인 소통구조’를 우선시하는 MZ세대 직원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며 부작용을 해결해나갈지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 대표가 해외에서 교육을 받고 사회 경험을 쌓은 만큼 그가 어떤 방식으로 기존 네이버의 부작용을 해결할지 업계의 관심이 크다”며 “비단 IT 업계뿐 아니라 제조, 금융업까지 네이버의 새로운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대표 선임 직후 “(본인이) 최고경영자로 선임된 것은 네이버의 사업과 구성원들에 대한 주주들의 엄청난 신뢰이자 훨씬 큰 도전을 해달라는 주문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도약을 위해 무엇보다 신뢰와 자율성에 기반한 네이버만의 기업문화를 회복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터넷 창업세대인 선배 경영진들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글로벌 파트너십, 기술 리더십 등 글로벌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해 준 것에 감사하다”며 “앞으로의 네이버는 선배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만들어 낸 라인, 웹툰, 제페토를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사업의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며, 이를 위해 글로벌 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리더십을 구축하고 기술 혁신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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