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관리해야 하는 염증성 장질환, 전문센터 통한 체계적 진료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8일 1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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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지는 겨울철에 특히 주의해야 할 장 관련 질환이 있다. 바로 노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장염이다. 일반적으로 겨울에 주의를 소홀히 하기 쉬운데, 노로 바이러스는 영하 20도의 낮은 온도에서도 생존하는 바이러스로 겨울이 시작되는 11월부터 이듬해 봄인 3월경까지 유행한다. 감염 시 주된 증상은 설사, 복통, 구토, 발열 등이며 심하면 탈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익히지 않은 음식을 가급적 피하고 손을 깨끗이 자주 씻어야 한다.

●10년 사이 환자 2배로 늘고, 10-20대 젊은층 발병률 높아
감염성 장염과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겹쳐져 흔히 오인할 수 있는 질환 중 하나가 염증성 장질환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관 내 비정상적인 만성 염증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대표적이다. 발병에는 유전적 요인, 서구화된 식습관, 흡연 등 여러 요인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과거에는 서구에서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었는데 최근 10년 사이 환자 수가 2배로 늘어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대다수의 만성 질환들이 중장년층 이상의 발병률이 높은 반면, 염증성 장질환은 10-30대 젊은층 발병률이 높은 특성을 보이며, 특히 크론병은 20대 다음으로 10대 발병률이 높을 만큼 소아청소년 환자도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복통, 설사가 대표적 증상, 혈변, 체중 감소 등도 유의해야
만성적인 염증으로 인해 위장관이 적절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다양한 증상이 유발된다. 궤양성 대장염의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혈액이나 점액이 섞인 설사와 복부 불편감 등이고, 크론병의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설사, 복부 경련 및 통증, 체중 감소 등이다. 이외에도 빈혈과 피로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증상이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는 수개월에서 수 주일에 걸쳐 서서히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질환 초기에는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에 의한 감염성 장염과도 유사한 증상을 보여 장염 치료 등을 하면서 간과할 수 있는데 감염성 장염은 대개 갑자기 발생하고 1주일 이내에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구분이 가능하다.

복통과 설사와 같은 장 증상이 단기간에 호전되지 않고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혈변, 체중 감소가 동반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크론병은 천공, 농양, 협착과 같은 합병증 발생을 예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합병증이 없는 상태에서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위장관 외에 신체 다른 기관에도 염증으로 인한 증상 유발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이 거의 없어지는 관해기와 악화되는 활동기가 반복되는 만성 질환으로, 질환의 완치보다는 염증을 조절해 합병증 예방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치료 목적으로 한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해 수술을 해야 할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조기 진단 및 꾸준한 치료가 강조된다.

치료 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은 5-ASA제제(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제, 면역조절제 등이다. 이런 약제들의 부작용이 있거나 효과가 부족할 경우 TNF-알파 억제제와 같은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손상된 장 점막의 회복을 돕고 염증을 줄여 합병증과 수술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염증성 장질환은 염증이 위장관 뿐만 아니라 신체의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미쳐 동반 질환이 유발되기도 한다. 이를 장관 외 증상이라고 하는데, 관절 여러 곳에 통증과 염증이 발생하는 관절통·관절염이 비교적 흔하고, 이외 홍채염 및 포도막염 등의 안 질환, 결절 홍반 및 괴저 농피증 등의 피부 질환, 입술 및 구강 점막 궤양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이처럼 소아부터 성인까지 환자의 연령대가 다양하고, 장기적으로 합병증 및 동반 질환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해서 전문 의료진 및 설비를 갖춘 전문센터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고성준 교수(소화기내과)는 “전문센터는 소화기내과를 비롯해 소아청소년과, 대장항문외과, 영상의학과, 류마티스내과 등 관련된 진료과와의 협진을 하고, 풍부한 경험 및 주기적인 추적 검사에 기반해 환자마다 다양한 경과를 보이는 질환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며 “과거에는 염증성 장질환이 치료해도 쉽게 낫지 않는 난치성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치료 경험이 쌓이고 약제도 발전하면서 훨씬 좋은 경과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환자가 의지를 갖고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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