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과 조금 더 있고 싶어요” “집처럼 편안했습니다”

이미지 기자 입력 2020-06-04 03:00수정 2020-06-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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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치료센터 퇴소자가 남긴 편지
한 코로나19 환자가 생활치료센터에서 완치 판정을 받고 퇴소하면서 의료진 등 센터 관계자에게 남긴 감사편지. 보건복지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생활치료센터인 대구1센터가 개원한 3월 2일, 입소자 명단을 받아든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확진자 생년에 ‘34년’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34세’가 잘못 적힌 게 아닌지 확인해봤다. 1934년생이 맞았다. 86세 황모 할머니가 경증치료시설인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게 된 것이다.

직원들은 바짝 긴장했다. 생활치료센터를 개소한다고 했을 때 “의료기관이 아닌 시설에서 환자에게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대처하기 어렵다”며 못 미더운 시선을 보내는 전문가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생활치료센터 의료진은 1일 2회 정기적인 건강상태 확인 외에도 할머니의 건강을 세심히 챙겼다. 감염 방지를 위해 입소자들의 물건은 가급적 안 건드리는 것이 원칙이지만, 생수병뚜껑을 열기도 버거울 고령의 할머니를 위해 간호사들은 꼭 병뚜껑을 한 번 따서 넣어드리기도 했다.

황 할머니는 고령임에도 증상이 가볍고 활기찼다. 의료진과 직원들의 세심한 배려에 “나는 여가(여기가) 좋대이. 삼시 세끼 밥 다 주는데 집에서는 누가 그래 챙겨주노”하며 고마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3월 12일 센터 내 X레이 촬영에서 폐렴 소견이 발견돼 경북대병원으로 이송돼야 했다. 당시 센터에 파견돼 있던 김주홍 보건복지부 주무관은 “할머니께서 떠나시기 전 ‘나는 여기가 좋은데 안 나가면 안 되느냐’고 하셔서 직원들이 무척 감사해했다”며 “4월 2일 경북대 병원을 퇴원하신 뒤 ‘건강하고 잘 지낸다’고 소식을 전해주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할머니와 달리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도 많았다. 경북대구2생활치료센터에서 의료봉사를 했던 손장욱 고려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천지예수교 교도인 여성 환자가 본인 때문에 가족들까지 피해를 보게 됐다며 무척 괴로워했다. 오랜 입소생활과 언론기사로 스트레스를 받아 극단적인 시도까지 하려 했는데 직원들이 제때 발견해 막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재태 경북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우리 사회의 평범한 주부이거나 아빠, 할머니였다”며 “입소에 불만을 가졌던 분들도 의료진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고에 감사 인사를 표하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도 “입소자들이 나가고 난 자리에는 대부분 작은 쪽지나 선물이 놓여 있었다”고 전했다. 한 입소자는 이런 편지를 남겼다. ‘정말 감사합니다. 집에 있어도 이렇게 편하게 잘 있진 못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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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생활치료센터 퇴소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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