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과학계 최대 사건은 ‘블랙홀 촬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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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올해 10대 뉴스’ 선정
DNA로 고대인류 얼굴 추정 등 뽑혀

국제 연구협력 프로젝트인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이 공개한 블랙홀의 모습. EHT 연구팀 제공
국제 연구협력 프로젝트인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이 공개한 블랙홀의 모습. EHT 연구팀 제공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성공한 ‘블랙홀’ 촬영이 올해 과학계를 뒤흔든 최고의 연구 성과로 선정됐다. 현생 인류는 물론 네안데르탈인과도 다른 제3의 인류인 ‘데니소바인’의 얼굴을 추정한 연구와 태양계 생성 당시의 상황을 보존하고 있는 우주의 방랑자 소행성 ‘울티마 툴레’를 관측한 연구도 올해 주목할 연구 성과로 뽑혔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0일 ‘올해 과학계를 혁신한 연구 성과’ 10개를 발표했다. 사이언스는 해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물론 일반인도 알아야 할 최고 성과를 전문가와 일반인 투표를 통해 엄선해 발표하고 있다.

최고 성과로 선정된 블랙홀 관측은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에서 그 존재를 제시한 이후 한 세기 만에 이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4월 한국 과학자 8명을 포함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연구자 200여 명으로 구성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은 처녀자리 은하단의 한가운데에 있는 M87 초대질량 블랙홀의 모습을 공개했다. 지구에서 5500만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km) 떨어져 있으며 질량은 태양의 65억 배에 이른다. 관측에는 남극, 안데스산맥 등 전 세계 8곳에 있는 전파망원경 8개를 총동원한 가상 망원경 ‘EHT’가 활용됐다.

연구팀이 공개한 붉은 고리 모양은 블랙홀의 강한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 모여 형성한 ‘블랙홀의 그림자’의 모습이다. 실제 블랙홀 윤곽(사건의 지평선)은 그 안에 있다. 연구진이 관측한 블랙홀의 그림자는 지름이 약 1000억 km, 실제 블랙홀 지름은 400억 km로 나타났다.

DNA 분석을 통해 고대 인류인 ‘데니소바인’의 얼굴을 추정한 연구도 주목할 성과로 선정됐다. 데니소바인은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가장 가까운 친척 인류 중 하나로 약 5만 년 전 아시아에 거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리란 카멜 이스라엘 히브리대 알렉산더실버만생명과학연구소 교수팀은 올 9월 발견된 손가락 뼈 조각과 어금니에서 DNA를 채취해 해독하고 이를 바탕으로 데니소바인의 얼굴을 복원했다. 데니소바인은 네안데르탈인처럼 경사진 이마와 돌출된 아래턱뼈를 가졌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보다 더 넓은 얼굴을 가진 게 특징이다.

태양계를 스쳐 지나간 우주 방랑자 소행성 ‘울티마 툴레’ 연구도 과학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울티마 툴레는 지구에서 약 65억 km 떨어진 태양계 최외곽에서 태양을 돌고 있다. 올 1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무인 탐사선 ‘뉴 허라이즌스’호는 약 3500km까지 스쳐 지나가며 울티마 툴레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지름이 14km와 19km인 천체 두 개가 눈사람 모양으로 결합한 모습이 처음 드러났다.

이와 함께 구글이 새로 개발한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가 특정 과제를 푸는 임무에서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슈터컴퓨터를 압도했다는 ‘양자우월성’ 연구, 진핵생물의 기원을 밝힐 미생물 연구, 장내미생물을 통해 기아 문제 해결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 인공지능(AI)이 프로 도박사 5명을 능가하는 포커 실력을 보여줬다는 소식 등도 10가지 연구 성과로 꼽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블랙홀#사이언스#혁신 연구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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