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생분해성’ 용기의 역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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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불화화합물(PFAS)이 코팅된 소재는 물에 젖지 않는다. 친환경적이라 널리 퍼지고 있는 생분해성 소재에도 과불화화합물(PFAS)이 들어 있어 분해 뒤 토양이 오염될 우려가 제기됐다. 위키미디어 제공
과불화화합물(PFAS)이 코팅된 소재는 물에 젖지 않는다. 친환경적이라 널리 퍼지고 있는 생분해성 소재에도 과불화화합물(PFAS)이 들어 있어 분해 뒤 토양이 오염될 우려가 제기됐다. 위키미디어 제공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 소재로 각광 받는 생분해성 제품이 분해 과정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과불화화합물(PFAS)을 자연에 방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린다 리 미국 퍼듀대 농업경제학과 교수와 최정윤 미 콜로라도광산대 토목환경공학과 연구원 팀은 생분해성 용기가 과불화화합물을 방출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과 기술 레터스’ 29일자에 발표했다.

생분해성 용기의 표면에는 용기와 음식물이 서로 오염되지 않도록 과불화화합물을 코팅한다. 불에 잘 타지 않으며 물과 기름을 밀어내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불화화합물이 퍼플루오로옥탄산염(PFOA)과 퍼플루오로옥탄술폰산(PFOS) 등의 환경호르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아 식수나 토양에 축적되기 쉽다. 3월 북유럽협의회는 과불화화합물이 일으키는 건강 문제로 인해 유럽에서 매년 500억 유로(약 66조6260억 원)를 지출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햄버거 포장지, 프라이팬, 치실, 일회용컵 등 다양한 생활제품에 PFAS를 사용하고 있다.

리 교수팀은 생분해성 용기를 10개 종류별로 수집한 뒤 토양에서 분해시켜 퇴비로 만들었다. 그 뒤 질량분석기를 사용해 이 퇴비에서 방출되는 환경호르몬의 양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 수집한 모든 생분해성 용기에서 과불화화합물을 가진 환경호르몬이 발견됐다.

음식이나 물을 담는 생분해성 용기의 경우 kg당 최소 28.7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에서 최대 75.9μg의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 음식이나 물을 담지 않는 생분해성 용기의 경우 kg당 최소 2.4μg, 최대 7.6μg의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환경청(EPA)이 제정한 먹는 물 기준 검출 권고치의 최대 1000배 수준이다. 미 워싱턴주는 이번 연구 결과를 참고해 2022년 1월 1일부터 모든 종이 용기에서 과불화화합물 사용을 금지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최 연구원은 “과불화화합물은 안정성 때문에 다양하게 이용되다 보니 많은 곳에 널리 퍼져 있다”며 “분해가 잘 되지 않아 인체와 환경에 축적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리 교수는 “생분해성 용기는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훌륭한 비료가 되지만 생분해성 용기에 쓰이는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며 “이번 연구는 과불화화합물 사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플라스틱#친환경 소재#생분해성 제품#과불화화합물#pf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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