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종이식’ 국제기준 세계 첫 통과… 국내 관련규정 없어 임상시험 착수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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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국제전문가 윤리 심의 합격점 받아
‘환자 추적조사’ 법 규정없어 발목

국내 연구단이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안전하게 이식하는 ‘이종이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확보했지만, 국내에 이를 뒷받침할 법규가 없어 임상시험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세계이종이식학회(IXA) 등이 제시한 국제 윤리, 기술 규범을 모두 지킨 최초의 임상 시험국이 될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XRC)은 이종이식 윤리분야 국제전문가 심의에서 XRC 이종이식 기술의 과학적 안전성과 효용성을 입증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XRC 측은 “국제 기준을 준수하는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세계 최초로 시도할 수 있는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XRC는 돼지의 장기를 이용해 사람에게 이식해도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이종장기를 췌장과 각막을 중심으로 2004년부터 연구해 왔다.

WHO와 IXA는 이종장기를 안전하게 임상시험하기 위해 두 가지 조건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다. 하나는 영장류를 이용한 전임상시험이다. 인간과 가장 비슷한 영장류 6마리에게 이종장기를 이식해, 최소 네 마리에서 6개월 이상 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지 증명하는 실험이다. 다른 하나는 임상시험으로 이종장기를 이식 받은 환자를 평생 추적 조사하는 일이다.

XRC는 현재 영장류 전임상시험을 성공한 유일한 기관이다. 미국이나 호주, 벨기에 등 이종장기 분야 선진국들도 아직 성공하지 못해 유전자 조작 돼지 등을 쓰는 우회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날 심의회에 참석한 리처드 피어슨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세계이종이식학회 윤리위원장)는 “우수한 과학적 결과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류를 보호한다는 철학과 실험 윤리 측면에서도 합격점”이라며 “최초로 국제 규격에 맞는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자발적으로 ‘국제 규격’에 맞춰 임상시험을 하려 해도, 이를 뒷받침할 국내 법규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제 가이드라인은 이종이식 임상시험의 경우 환자의 평생추적 조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혹시 모를 감염병 발병을 막기 위해 환자를 평생 관찰하라는 조건이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환자에게 이를 강제할 조항이 없다. 권복규 이대목동병원 연구대상자보호센터장은 “이종이식 대상자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포함시키도록 유권해석을 받는 방법이 있지만 유권해석 결과에 따라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가장 확실한 것은 법 자체를 개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이종이식#임상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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