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학을 달린다]서울아산병원 암병원, ‘다학제 암 통합진료’ 국내 첫 도입, 환자 ‘맞춤형’ 치료 선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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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암 환자 9명 중 1명꼴 수술
지난해 유방암 수술 3만 건 달성
복강경-로봇수술 비율 점차 확대

“암 환자 9명 중 1명은 우리 병원에서 수술 받습니다.”

환자 ‘맞춤형’ 치료를 선도하는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의 자부심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연 평균 약 2만 건의 암 수술이 시행된다. 매년 새롭게 발생하는 암 환자는 21만여 명(2015년 기준)이다. 이 중 말기암이나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등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는 4만여 건에 달한다. 따라서 매년 새롭게 발생하는 암 환자 9명 중 1명은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에서 수술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여러 분야 암 전문의가 모여 암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다학제(多學際) 암 통합진료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구축했다. 연간 4000명에 달하는 환자가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에서 통합진료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다학제 암 통합진료 건수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최근 복강경 위암 수술 1만례를 돌파했다.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김병식 교수(왼쪽에서 두번째).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최근 복강경 위암 수술 1만례를 돌파했다.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김병식 교수(왼쪽에서 두번째).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제공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암 수술 경험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단일 의료기관으로는 국내 최초로 유방암 수술 3만 건을 달성했다. 대장암 수술은 지금까지 2만9000여 건을 실시했다. 폐암 수술도 연간 1000건 이상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 △복강경 위암 수술 1만 건 이상 △복강경 간암 수술 약 480건 △복강경 췌장암 수술 약 350건 정도로 암 수술 경험이 국내 어느 병원보다 풍부하다. 복강경 췌장암 수술을 100건 이상 실시하는 병원은 전 세계에서 서울아산병원과 미국의 메이요클리닉 등 단 두 곳 뿐이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은 ‘고난도 수술’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3차 병원에서 치료하기 힘든 암 환자를 포기하지 않고 치료해 이른바 ‘4차 병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에선 복강경이나 로봇수술과 같은 최소 침습수술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 치료 효과는 개복 수술과 비슷하지만 수술 범위가 상대적으로 작아 부작용이나 흉터 등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이런 수술법은 지름 0.5∼1.5cm 정도의 작은 구멍을 3, 4개 뚫고 내시경 카메라와 수술 장비 등을 넣어 수술하기 때문에 많은 경험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을 하려면 집도의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부학적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대장항문외과 교수)은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다른 병원에서 치료하기 힘든 암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체계화된 암 통합진료를 통해 진료 과간 협진, 체계적인 팀워크, 뛰어난 수술 실력 등이 뒷받침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암통합진료센터에서 진료과 교수들이 대장암 환자에게 치료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암통합진료센터에서 진료과 교수들이 대장암 환자에게 치료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유전체 분석 맞춤형 암 치료로 정밀의료 실현 앞장

같은 종류의 암이라도 환자에 따라 암 유전자 발현 양상이나 활성화 정도가 다르다. 암 진단을 조기에 받았지만 빠르게 전이돼 치료가 어려운 환자가 있는 반면 뒤늦게 암을 발견했지만 진행 속도가 느려 오랫동안 생존하는 환자도 있다. 환자 개개인의 유전체를 분석해 암이 발생한 정확한 원인을 알아낼 수 있다면 환자에게 꼭 맞는 최적의 표적 항암 치료제를 골라 쓸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2011년 하버드대 의대 다나파버 암센터와 협력해 아산-다나파버 암유전체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암유전체 검사 기법인 ‘한국형 온코맵’과 ‘온코패널’을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2년에는 국내 최초로 유전체 맞춤 암치료센터를 개소했다.

오랫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통해 작년 한 해 동안 800건 이상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반 유전자 패널검사를 시행했다. 현재 위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등 고형암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악성 림프종 등 혈액암 유전자 차세대염기서열 검사로 암 유전체 분석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표준적인 항암요법이 잘 듣지 않거나 난치성 암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암 데이터센터를 개소하고 5개년 프로젝트를 통해 임상 및 유전자데이터를 포함한 암종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맞춤형’ 암 치료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다.

‘삶의 질 향상 클리닉’ 운영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암 치료뿐 아니라 환자가 암이 발병하기 이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삶의 질 향상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만7000여 명이 삶의 질 향상 클리닉을 찾았다. 2010년 처음 만들어질 때보다 7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삶의 질 향상 클리닉’은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다양한 전문 의료진이 암병원 내 여러 종양 전문 진료과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암 치료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질환과 증상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이곳에선 세부적으로 △암 평생건강클리닉 △암 스트레스 클리닉 △암 수면장애 클리닉 △암 재활 클리닉 △암 만성질환 클리닉 △암성통증 클리닉 △암환자 상처관리 클리닉 △완화의료 클리닉 등 8개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암 치료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스트레스와 수면장애, 통증을 줄이는 방법부터 암 치료 이후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관리를 통해 환자들이 일상에 복귀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인터뷰 ▼
“다학제 암 통합진료 만족도 99% 달해”


“우리 병원에서 다학제 암 통합진료를 받은 환자가 4000여 명에 달합니다. 암통합진료센터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만5000여 명입니다. 국내 병원 중 압도적 1위입니다.”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대장항문외과 교수·사진)은 여러 분야 암 전문의가 모여 암 환자에게 필요한 최적의 치료를 하는 ‘다학제 암 통합진료 시스템’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그는 “아산병원 다학제 암 통합진료에서는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 각각의 담당 암 치료 전문의들이 동시에 한자리에 모여 치료의 우선 순위를 정한다”며 “다학제 암 통합진료는 세계적으로 이미 암 치료 표준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가 된 중증 암 환자는 치료가 복잡하고 어렵다. 의사 한 명이 중증 암 환자의 전체적인 치료 계획에 대한 임상적인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이때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다양한 분야의 암 전문 의사가 협진하는 다학제 통합진료를 실시하면 최적의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는 “치료 효과도 우수해 통합진료를 받은 환자의 만족도는 99%에 달한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암통합진료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간암센터, 대장암센터, 부인암센터, 위암센터, 유방암센터, 폐암센터 등 15개의 세부적인 암센터와 함께 27개 암 통합진료팀이 운영되고 있다.

“실제 중증 암 환자의 경우 통합진료를 받지 않으면 최소 1개월에서 수개 월까지 여러 진료과와 검사실을 오가며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생길 수 있어요. 하지만 서울아산병원은 통합진료를 통해 환자가 외래진료 후 정밀검사를 거쳐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2, 3주 정도로 단축합니다. 전이, 복합, 재발성 암에 특화된 통합진료팀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환자 맞춤형으로 암을 치료해 나가겠습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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