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하고 방사선 쪼이고… 모기와의 ‘첨단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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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모기박멸 어떤 연구하나

지카 바이러스의 주범으로 지목된 흰줄숲모기. 과학계는 여름철 불청객인 모기가 사람을 물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하는 등 모기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지카 바이러스의 주범으로 지목된 흰줄숲모기. 과학계는 여름철 불청객인 모기가 사람을 물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하는 등 모기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왱∼. 모기 때문에 밤잠 설치는 계절이 돌아왔다. 모기는 최근 세계적으로 공포가 커진 지카 바이러스의 주범으로도 지목되며 불청객 이미지를 한층 더 굳혀가고 있다. 과학자들도 최근 ‘모기와의 전쟁’에 나섰다. 모기가 사람을 쫓아다니지 못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모기 개체수를 줄여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 땀 냄새 못 맡게 만들어 흡혈 예방

뎅기열과 황열병, 그리고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흰줄숲모기는 2007년에 유전체(게놈)가 완전히 해독됐다. 과학자들은 그 이후에야 모기의 행동을 유전자와 연결시켜 이해하려는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안용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팀은 모기가 가진 바늘 모양의 긴 침 맨 앞쪽에 후각수용체 2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난해 9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안 교수팀은 모기가 이들 후각수용체를 이용해 멀리 떨어져 있는 동물이 발산하는 이산화탄소와 휘발성 물질을 확인하고, 가까운 곳에서 나는 땀 냄새를 맡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안 교수는 “유전자를 조작해 후각수용체의 발현을 억제하자 모기가 흡혈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에는 평균 30초에서 최대 15분까지 늘어났다”며 “후각수용체를 없애면 사람을 쉽게 물지 않는 모기를 만들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레슬리 보셜 미국 록펠러대 교수팀도 2013년 흰줄숲모기의 후각 유전자를 조작해 사람의 땀 냄새 등에 끌리지 않는 ‘유전자 조작 모기’를 만들었다고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유전자 가위의 일종인 ‘ZFN 효소’를 모기의 배아에 넣어 돌연변이 모기를 만든 것이다.

돌연변이 모기는 후각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생 모기의 경우 사람과 동물이 함께 있으면 사람에게 달려들지만, 돌연변이 모기는 사람보다 동물을 선호했다.

데이비드 래그즈데일 미국 텍사스대 교수팀은 모기의 ‘입맛’을 공략하면 사람을 물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6월 13일자에 발표했다. 모기는 꽃에서 당을 섭취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펩타이드를 넣어 합성한 ‘인공 당’을 모기에게 주자 전혀 흡입하지 않았다.

래그즈데일 교수는 “펩타이드를 넣어 합성한 인공 당으로 피부에 바르는 모기 기피제를 만들면 효과적일 수 있다”며 “모기의 ‘입맛’을 공략하는 새로운 형태의 모기 기피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수컷 모기 ‘불임’ 만들어 모기 박멸

‘모기 박멸’이 목표인 연구도 있다. 지카 바이러스 사태의 진앙인 브라질은 2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방사선 기술을 이전받아 수컷 모기에 방사선을 쪼여 불임으로 만드는 연구를 시작했다. 이 경우 수컷이 암컷과 교배해 알을 낳아도 애벌레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방법이 효과를 거두려면 불임 모기의 개체수가 일반 모기보다 10∼20배 많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생명공학기업인 옥시텍(Oxitech·Oxford Insect Technologies)은 알에서 태어난 애벌레가 성체로 자라지 못하고 죽도록 조작한 유전자 변형 모기(OX513A)를 만들었다. 실제로 옥시텍이 2010년 카리브해 지역에서 유전자 변형 모기 330만 마리를 방사한 결과 모기 개체수가 5분의 1로 줄었다. 2011년 브라질에서는 1000만 마리를 방사했다. 옥시텍은 현재까지 모기 누적 퇴치율이 82%라고 밝히고 있다.

오현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내 환경은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에서 비교한 안전한 만큼 개체수 저감보다는 개체수 파악에 초점을 맞춰 연구해왔다”며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도 점차 모기 위험권에 들어설 것으로 보여 이에 대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모기#모기박멸#수컷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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