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과 달리 안전지대라 생각했는데”…한반도 ‘지진 스트레스’ 쌓여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6일 1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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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불안합니다. 한반도도 이런 지진이 일어나는지 몰랐어요.”

5일 오후 8시 33분 울산 동구 동쪽 52㎞ 해역서 리히터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경남, 울산은 물론 경기도에까지 강한 진동을 감지했다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어 이날 오후 9시 24분에도 2.6의 여진까지 발생하자 “일본과 달리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놀랐다”는 반응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확산됐다.

● 한반도, 지진 스트레스 쌓여간다.

실제 기상청을 비롯해 지진 전문가들은 한국이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기상청 측에 따르면 5일 밤 지진 이후 추가 강진은 없었다. 지진은 관측만 가능할 뿐 날씨처럼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근본적으로 한반도 역시 언제든 규모 5.0 이상, 나아가 큰 피해를 주는 6, 7도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2010년 이후 국내 규모 3.0 이상 지진은 59회나 될 정도였다. 매년 10번은 3.0도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는 것.

그 이유는 한반도 밑 유라시아 판에 전달되는 응력(應力) 때문이다. 지진은 각각 육지와 바다를 이루는 거대한 ‘지각판’이 서로 미는 힘 때문에 발생한다. 다만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중심부에 있다. 이에 지각판 경계에 있는 일본과 달리 판과 판이 미는 힘의 영향을 덜 받아왔다. 일본에 비해 강진이 적은 이유다

하지만 이를 무시할 순 없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해 대규모 피해를 일으킨 동일본 대지진처럼, 일본 주변의 판의 경계에서 계속 지진이 발생하면 중심부 역시 그 힘을 전달받는다. 당장은 문제없지만 충격이 축적됐다가 강진으로 변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 관계자는 “한반도 밑 유라시아 판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아직까지는 규모 6.0도는 없지만 무조건 안심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역사 속 문헌을 봐도 한반도에는 강진이 꾸준히 일어났다. 고려시대에도 지진이 약 190회 발생했다는 기록이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에 나와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숙종 7년(1681년) 5월 강원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집과 담벼락이 무너지고 우레 같은 소리가 났다는 기록도 있다. 당시 묘사를 보면 이 지진은 규모 7 이상이라고 보는 학자들이 있을 정도.

● 강진 발생 시 대재앙 우려, 진설계는 40% 불과, 환경단체도 원전 안전성 문제 제기

문제는 이처럼 한반도에 규모 5도 이상의 강진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도 한반도 내 주요 시설의 내진 설계율은 40% 정도에 불과하다. 국민안전처가 내진 설계가 필요한 국내 공공시설물 12만7000여 곳을 조사한 결과다. 또 서울 내 내진 설계 대상 건물 63% 정도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더구나 지난달 국회 입법조사처가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와 종합상황실 총 268곳 중 내진설계가 확보된 곳은 158곳으로, 전체의 41.0%(110곳)은 아직 내진설계가 없다. 즉 대형 지진이 발생하면 국가의 지진 컨트롤 타워마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을 우려 하기도한다. 실제 울산 일대 즉 경주-울산-부산 일대에는 건설 중인 원전이 13기,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이 11기나 된다. 자칫 강진이 올 경우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돼 일본 사회 전체가 큰 혼란을 겪었다.

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국내 지질학자들이 역사 지진기록과 계기 지진기록을 이용해 계산한 결과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 규모는 최대 7.5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신규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신고리 5·6호기는 내진설계가 규모 6.9에 맞춰져 있어 에너지 규모로는 20배 낮게 설정됐다.

더구나 5일 울산 동쪽 바다에서 일어난 만큼 동일본 지진해일(쓰나미)처럼 한반도에도 쓰나미가 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쓰나미 조건은 △규모 6.5도 이상의 지진 △지진 단층면이 수직 방향 등이다. 울산 앞바다 지진규모도 5도이나 된 만큼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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