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보시스템, 중동이어 아프리카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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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에티오피아-케냐와 MOU… 정책 컨설팅, 인력 교육 등 지원

건강보험의 심사 및 운용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심평원은 27일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건강보험청과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과 동행한 심평원 관계자들이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맺은 협약이다. 이에 따라 심평원은 앞으로 에티오피아 정부에 건강보험 정책 컨설팅뿐만 아니라 필요한 인력의 교육과 훈련, 제도 운영 등을 지원한다.

심평원은 다음 방문지인 케냐에서도 현지 보건당국과 MOU를 체결해 정보기술(IT) 기반의 건강보험 관리 시스템을 지원할 계획이다. 케냐의 경우 의약품공급청과도 상호 협력을 강화해 의약품 공급망과 공급 솔루션 시스템을 깔아주는 작업을 도울 방침이다.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들의 1인당 의료비용은 연간 20∼70달러(2014년 기준)에 그치는 데다 아직은 한국처럼 건강보험 시스템이 탄탄하게 설계돼 있지도 않다. 건강보험 가입률도 낮아서 에티오피아의 가입률은 1.9%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는 아프리카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DG)에 따라 국제사회의 의료 서비스 지원이 집중된 지역. 이런 흐름을 타고 한국이 의료 분야 공적개발원조(ODA) 차원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또 건강보험을 비롯한 의료 분야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과정에서 한국의 약제 시스템 등을 자연스럽게 소개해 향후 한국 의료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심평원의 류종수 국제협력단장은 “우리 시스템의 해외 진출은 한국의 의료제도를 수출하고 국가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도는 중동에서는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바레인의 경우 MOU 체결 후 현장조사단 구성까지 완료된 상태. 27일 출국한 조사단은 다음 달 5일까지 현지에 머물면서 현지 상황을 점검한다. 이르면 6월 중순에 제안서를 작성해 제출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규모는 3년간 5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심평원은 앞서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도 실무진을 파견해 양국 간 의료시스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란 건강보험청(IHIO)과의 인력 교환 파견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류 단장은 “중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아직 리스크가 많고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지역”이라며 “국가 차원의 신뢰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티오피아#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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