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전연승 잘나가는 팀의 ‘신의 한 수’? ‘데이터’는 알고 있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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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과학’ 입는 스포츠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이 연승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비결로 자체 개발한 전력분석 프로그램(SW21)이 꼽힌다. 선수별로 정리된 경기 영상을 통해 스스로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맨위 사진). kt 위즈 야구단은 경기 중에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빅데이터화한 분석 시스템(PIP)을 올해 본격적으로 도입해 선수별 강점과 약점을 찾는 데 활용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제공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이 연승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비결로 자체 개발한 전력분석 프로그램(SW21)이 꼽힌다. 선수별로 정리된 경기 영상을 통해 스스로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맨위 사진). kt 위즈 야구단은 경기 중에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빅데이터화한 분석 시스템(PIP)을 올해 본격적으로 도입해 선수별 강점과 약점을 찾는 데 활용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제공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프로배구단은 지난주 16연승으로 우승을 확정지은 뒤에도 2일 17연승을 기록하며 한국 프로배구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이들의 연승 행진에는 특별한 비결이 있다. 시즌을 앞두고 개발한 전력분석 프로그램이 ‘신의 한 수’였다. 여기에는 금융 정보 분석이 ‘전공’인 모기업의 데이터사이언스팀의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 있다.

최근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최적의 전략을 세우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 개별 전력분석 시스템, 선수-감독 소통 트다


현대캐피탈의 주장 문성민 선수는 경기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면 태블릿PC를 통해 이날 좋았던 장면과 실수한 순간을 반복해서 확인한다. 공격할 때 위치와 팔 높이 등을 스스로 분석해 개선점을 찾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지난해 4월 부임한 최태웅 감독이 유문경 현대캐피탈 데이터사이언스팀장과 힘을 합쳐 6개월 동안 개발한 ‘스카이워커스(SW)21’이다.

SW21에 선수 이름으로 로그인하면 지난 경기에서의 움직임과 상대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경기 때마다 코트 앞뒤 좌우와 위에서 찍은 영상을 선수별로 제공한다. 공격이나 서브 할 때 공이 날아간 지점도 그래프로 보여줘 성공률을 높일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과거에는 경기 전 미팅 시간에 감독이나 전력분석관이 TV를 틀어놓고 전략을 지시했다면, 이제는 감독과 선수가 경기 전략을 서로 의논한다.

최 감독은 “SW21이 전력 분석은 물론이고 선수와 선수,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유 팀장은 “SW21의 데이터 분석 과정에는 각 선수의 움직임이 패턴화가 되는 ‘머신 러닝’ 기법이 적용됐다”며 “데이터가 더 쌓이면 우리 선수와 상대 선수를 입력해 경기 결과를 예측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빅데이터로 선수도 몰랐던 강·약점 분석

지난해 1군에 진입한 kt 위즈 프로야구단은 자체 개발한 ‘선수 분석 시스템(PIP·Player Innovation Platform)’을 활용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kt는 전력분석입력기를 통해 타자와 투수의 모든 경우의 수, 주자 위치 등 공 하나하나마다 일어날 수 있는 600가지 상황을 클라우드 서버에 바로 전송한다. 이어서 모기업인 KT의 빅데이터센터가 힘을 발휘한다. 빅데이터센터에서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날씨와 풍향 등 경기장 상황을 덧붙여 1000개가 넘는 지수를 분석한 뒤 각 선수의 특성을 알 수 있는 지수를 골라낸다.

예를 들어 타율 3할인 A 선수가 2할 5푼인 선수보다 낮은 지수가 있다면 이는 A 선수의 약점이 된다. 타율이 낮지만 거포형인 B 타자에게 3할 타자보다 높은 지수가 있다면 강점이 되는 식이다. PIP를 통해 선수들은 자신도 몰랐던 특성을 확인하고, 매달 이 지수의 변화를 통해 맞춤형 코칭을 제공받는다.

kt는 자신이 홈런을 친 타석이나 초구 상황만을 모아 볼 수 있는 선수용 애플리케이션(앱)도 개발해 특정 투수의 투구 장면 등을 보고 스스로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게 했다.

강신혁 kt 스포츠 뉴비즈팀장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데이터 분석이 강한 팀일수록 선수 연봉 총액이 낮더라도 더 많은 승리를 거두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kt는 지난 1년 동안 정보 수집에 집중했으며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부터 PIP를 본격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미식축구, 농구에선 웨어러블 장비로 실시간 분석

미국 프로스포츠계에서는 경기 중에도 선수에게 웨어러블 장비를 부착해 실시간 분석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얼마 전 시즌을 마친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들은 어깨 보호구 양쪽에 전자태그(RFID)를 달고 경기를 치렀다. 이 칩을 통해 선수의 위치와 속도, 움직인 거리 등을 수집하고, 각 선수의 운동 능력뿐만 아니라 주로 마주치는 상대가 누구인지도 바로 알 수 있게 했다.

미국프로농구 2군 리그에서도 선수의 체력과 피로도를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장치를 활용한다. 무게가 28g밖에 되지 않지만 유니폼 안쪽에 붙이면 속도와 거리뿐 아니라 점프 후 착지 시 충격까지 측정할 수 있다. 유 팀장은 “배구나 야구와 달리 경기장을 넓게 쓰고 선수의 움직임 폭이 큰 미식축구나 농구에서는 웨어러블 장비의 활용도가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테이터#테이터 과학#sw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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