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청·환상 ‘정신분열증’ 유전적 매커니즘 찾아냈다…치료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9일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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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청과 환상, 망상을 일으키는 조현병(정신분열증)의 유전적 원인을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두뇌가 숙성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경을 솎아내는 역할을 담당하는 ‘C4’라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조현병이 발병한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의대와 보스턴소아병원 공동연구진이 조현병 발병 원인과 관련한 이 같은 가설을 과학저널 네이처 최근호에 게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NYT는 이번 연구가 조현병의 치료법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인류를 괴롭혀온 정신질환의 생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중대한 일보를 떼게 했다고 평가했다.

논문에 따르면 우리의 두뇌는 건강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신경망을 쳐내는 ‘신경망 가지치기(synaptic pruning)’ 작업을 수행한다. 사춘기나 청년기에 이 가지치기 작업은 종합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에서 담당한다. 스티븐 맥캐롤 하버드의대 교수 연구팀은 전전두엽 피질에서 이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유전자가 C4라는 것을 발견했다. C4는 다시 C4-A와 C4-B라는 두 개의 단백질을 생성한다. 이 연구팀은 6만4000여 명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조현병을 앓는 이들에게 C4-A가 지나치게 활성화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베스 스티븐스 보스턴소아병원 부교수는 이를 토대로 C4-A가 과잉 생산된 쥐와 그렇지 않은 쥐를 비교한 결과 과잉 C4-A가 부적절한 신경망 가지치기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는 실험 결과를 끌어냈다. 스티븐스 교수는 이를 통해 “왜 조현병이 주로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젊은층에서 발병하는지도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조현병 초기 증세가 나타나면 신경망 가지치기의 수위를 낮추는 치료법이 개발될지도 모른다”며 이번 연구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조현병을 발병시키는 다양한 원인 중 하나를 추정해냈을 뿐이라며 치료법 개발과 성급하게 연결짓는 것에 선을 그었다. 조현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미국에선 200만 명 이상이며, 한국에선 잠재적 환자군까지 포함해 5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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