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간수치 정상-비활동성 보유자여도 방심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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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간염

신우원 신우원내과 원장
신우원 신우원내과 원장
40대 남성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료실을 찾았다.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했다. 하필 이직을 위한 신체검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와 채용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또 가족에게 전염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고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막막함도 더해졌다.

B형 간염은 상당히 복잡한 질병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해서 바로 간에 손상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손상된다 해도 바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바이러스를 보유한지 모른 채 평생 건강하게 살기도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 증식 여부에 따라 ‘활동성’과 ‘비활동성’으로 구분한다. 비활동성 바이러스 보유자는 바이러스가 증식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피검사를 해도 검출되지 않고 간수치도 정상으로 유지된다. 반대로 활동성 보유자의 바이러스는 활발하게 증식을 하며 조금씩 간에 손상을 입힌다. 그렇다면 비활동성 보유자는 안심해도 될까? 아니다. B형 간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즉 바이러스가 활동하지 않다가도 활동하고, 활동하다가도 활동하지 않는 것을 반복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활동성 보유자만 감염환자로 구분했지만, 최근에는 비활동성 보유자도 감염환자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

B형 간염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라 생각하면 된다.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6개월 간격으로 의료진을 찾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비활동성이기 때문에, 혹은 활동성이라 해도 간수치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간염은 간을 오랫동안 조금씩 손상시키면서도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의사를 찾아야 할 정도로 아픔을 느낄 때가 되면 이미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

B형 간염의 치료 목표는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염증을 완화하고 간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는 데 있다. 즉 간경변증과 간 기능 상실, 간암과 같은 중증 질환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면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B형 간염 환자가 간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00배 가까이 높다. 또 간암 환자의 70∼80%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각한 간 질환으로 진행될 비율은 바이러스를 보유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높아진다.

특히 한국인이 많이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이 간경변증과 간암으로의 진행이 빠르고 바이러스 재활성화가 빈번하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장기간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와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된 약물이 잘 개발돼 있어 의료진의 지시를 잘 따르면 관리가 가능하다. 또 올해 10월 대표적인 B형 간염 치료제에 대한 특허가 만료되면서 추후 약 값이 내려가 경제적 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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