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원전 해체용 시뮬레이터’ 세계 첫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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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전 해체용 시뮬레이터. 방사능 오염이 심한 원자로는 시뮬레이터로 로봇을 원격조종해 철거해야 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전 해체용 시뮬레이터. 방사능 오염이 심한 원자로는 시뮬레이터로 로봇을 원격조종해 철거해야 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커다란 모니터 앞에 놓인 조종간에 손을 얹자 묘한 긴장감이 밀려왔다. 화면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 내부를 3차원(3D)으로 재현한 영상이 나타났다. 이 장치는 원전 해체용 가상시뮬레이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개발해 현재 테스트 중이다.

‘턱’. 조종간에 뭔가 닿은 느낌이 드는 순간 화면 속 로봇팔이 벽에 부딪치며 멈췄다. 최병선 책임연구원은 “원전의 ‘심장’으로 불리는 원자로는 방사능 오염이 너무 심해 사람이 직접 해체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면서 “시뮬레이터로 로봇을 원격조종해 원자로를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해체기술은 최근 세계적인 화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40년 말까지 원전 약 400기가 해체되고 원전 해체 시장 규모는 10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원전 해체가 어려운 이유는 방사성폐기물 때문이다. 110만 kW급 원전 1기를 철거하면 폐기물이 50만∼55만 t 나오는데 그중 약 6000t이 방사성폐기물이다. 200L 드럼통 2만 개 분량이다. 원전 1기 해체에 들어가는 비용의 40%가량이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쓰인다. 이 비용만 2400억 원이 넘는다.

현재 원전 해체 기술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일부 국가만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전 해체에 필요한 핵심기술 38개 가운데 17개를 보유한 상태다. 윤지섭 융복합기술개발본부장은 “방사능물질에 오염된 부위만 골라서 떼어내는 제염기술이 원전 해체의 핵심”이라면서 “제염을 효율적으로 진행해 방사성폐기물을 3000t으로 줄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제염으로 오염 부위를 제거하고 남은 폐기물은 다른 원전을 지을 때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과학동아’ 2월호에 실린 원전 해체 과정을 인포그래픽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과학동아’ 2월호에 실린 원전 해체 과정을 인포그래픽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의 ‘핫스팟’으로 불리는 고방사능 오염 부위를 3D 지도로 그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전 곳곳에는 숨어있는 핫스팟이 많다. 김희근 한수원 중앙연구원 해체기술팀장은 “방사성 코발트가 냉각수를 타고 돌다가 파이프 구석에 쌓인 곳도 있고, 누출사고가 났을 때 방사선이 닿아 핫스팟이 된 곳도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핫스팟을 모두 입력한 뒤 폐기물 양을 최소화하는 해체방식을 찾아내는 ‘3D 해체물량평가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김 팀장은 “사과를 깎을 때 썩은 부분부터 도려내듯 핫스팟부터 제거해야 작업시간도 단축하고 피폭 위험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he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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