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人 수상소감 “경력단절은 女과학자에 치명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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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자賞’ 3人수상소감

16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르네상스호텔에서는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 선정된 유향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명예연구원(64), 임혜숙 이화여대 전자공학과 교수(51), 함시현 숙명여대 화학과 교수(45) 등 3명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다.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과 꿈, 포부를 들어봤다.

○ 진흥부문 유향숙 연구원

“연구자로서 정년을 맞이한 뒤부터 후배 여성 과학자를 육성하고 국제적으로도 서로 돕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유 연구원은 우리나라 1세대 생명과학자다. 분자생물학과 유전체 연구에 관해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평가를 받던 그는 2012년 ‘아시아 태평양 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APNN)’ 의장에 선출됐다.

APNN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일본 인도 호주 등 12개 회원국으로 운영된다. 매년 개최되는 APNN 총회에는 100여 명의 여성 과학자가 모인다. 여성 과학자 네트워크가 침체돼 있던 일본은 APNN 덕분에 자국의 여성 과학자 모임이 활발해졌고, 대만과 몽골에는 여성과학기술인회가 새롭게 생겼다. 베트남과 스리랑카도 여성 과학기술인 단체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 유학을 온 젊은 여성 과학자들을 매년 초청해 학술대회를 열고 케이팝을 배우며 한국 문화에 친숙해질 수 있는 ‘젊은여성과학기술인 캠프’도 3년째 열고 있다. 유 연구원은 “친한(親韓) 여성 과학자를 양성하는 일도 중요하다”며 “첫해에 70명이었던 참가자가 올해는 180명이 넘었다”고 말했다.

○ 공학부문 임혜숙 교수

“‘한 여자의 성공을 위해서는 한 여자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 어머니께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임 교수는 수상 소감에서부터 육아가 여성 과학자의 성공에 발목을 잡는 이유 중 하나임을 토로했다. 1992년 미국 텍사스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중 첫아이를 출산한 임 교수는 미국의 체계적인 육아보조 시스템 덕을 톡톡히 봤다.

“미국에서는 영유아를 위한 탁아소도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풀타임’으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국내 환경은 그렇지 않더군요. 오후 3시에 끝나기도 하고 휴일도 많아요.”

그는 이화여대 전자공학과 교수진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전자공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빠른 편이어서 한번 연구를 중단하면 다시 원래 궤도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그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보장해주는 것과는 별개로 믿을 만한 보육시설 등을 확충해 여성 과학자의 경력 단절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학부문 함시현 교수

함 교수는 1991년 숙명여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2003년 모교 화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후학 양성에 도움이 되겠다는 목적이 컸다. 고등학교 시절 화학 선생님에게 감동을 받아 화학을 전공하게 됐다는 함 교수는 미국 유학시절 생물물리, 분광학 등 화학과 융합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다. 전공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단백질을 목적에 맞게 디자인하는 일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대학 생활은 실수를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말한다”며 “실수를 하지 않는 건 완벽하다는 게 아니라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질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가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점은 3가지. 꿈을 가질 것,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것, 그리고 꿈을 위해 희생할 준비를 할 것. 함 교수는 “후배들이 꿈을 쉽게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선배 과학자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함 교수는 “우수한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이 안정된 생활을 좇아 도전조차 하지 않는 풍토가 아쉽다”면서 “잠재력을 가진 예비 여성 과학자를 발굴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여성 과학자#과학 기술#유향숙#임혜숙#함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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