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가 ‘변기전도사’로 변신한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0일 1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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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영 교수 제공
한무영 교수 제공

“정년퇴임 전 남은 7년 동안 서울대 변기 전체를 ‘초 절수형’으로 바꾸는 게 마지막 목표에요.”
한무영 서울대 공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58·사진)의 말이다. 한 교수는 8월 중순부터 자신의 연구실이 있는 서울대 35동(공학관)의 변기와 세면대 일부를 초 절수형으로 교체하고 물 절약 효과를 측정해왔다. 초 절수형 변기란 물 사용량이 일반 변기(12L)의 약 3분의 1(4L)인 변기를 말한다.
20년 넘게 빗물 연구에 매진해 ‘빗물박사’로 불린 한 교수가 ‘초 절수형 변기 전도사’로 나선 이유는 서울대의 수돗물 사용량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대의 ‘1인 1일 물 사용량’은 175L로 연세대(83L), 고려대(54L), 서울시립대(53L)보다 훨씬 많았다. 1년 간 수도요금만 43억 원을 냈다.
한 교수는 생활용수 대부분이 화장실에서 쓰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화장실 변기 물만 줄여도 수도요금을 확 줄인다”는 지론을 증명하기 위해 서울대 35동의 남성 소변기(9개) 대변기(10개) 세면대(8개) 걸레 세척기(1개)를 사비 500만 원을 털어 초 절수형으로 바꿨다. “학교에서 예산을 지원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는 게 한 교수의 말이다.
석 달 뒤 나온 한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35동처럼 서울대 전체 변기 5000개를 초 절수형 제품(30만 원 상당)으로 모두 바꾸면 2년 반 내로 투자비용을 모두 환수하고 절수 효과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또 새는 물을 줄이고, 저류조에 담기는 빗물만 잘 활용하면 2020년까지 서울대의 1인 1일 물 사용량을 100L까지 절약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서울대 본부도 한 교수의 연구 결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규진 서울대 시설지원과장은 “내년 예산을 확보해 물 사용량이 많은 기숙사의 변기부터 교체할 계획”이라며 “효과를 본 뒤 상주인원이 많은 중앙도서관, 공대 등 단과대학 건물의 변기 교체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철호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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